스페인 남부 알메리아에서 11일 고유가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진압 경찰을 붙잡아 진압봉을 빼앗고 있다. 알메리아/AP 연합
스페인·포르투갈 사흘째 ‘고유가 항의’…프랑스 등 곧 ‘연대파업’
고유가에 항의하는 화물 노동자들의 연쇄 파업 시위로 유럽 전역이 마비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화물트럭 노동자들의 파업이 사흘째 계속돼, 공장 조업이 중단되고 생필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은 이번 주말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스페인에선 시위 노동자 사망으로 중단됐던 운송연합과 정부의 협상이 11일 재개됐지만, 사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가 화물 노조에 긴급 융자금과 조기퇴직 인센티브 등을 제시했을 뿐, 노조 쪽의 핵심 요구인 유류세 인하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까닭이다. 택시노조도 13일 전국적 파업을 예고해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파업에 따른 부품공급 차질로 세아트·닛산· PSA푸조시트로엥·메르세데스-벤츠 등 스페인내 자동차 공장들이 조업을 감축·중단했다.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 대도시 상점에선 배달이 거의 끊겨 생선·육류·과일 등 생필품이 바닥나고 있다. 알프레도 페레스 루발카바 내무장관은 필요하다면 경찰력을 동원해서라도 식료품·연료·약품·자동차부품 공급을 원활하게 하겠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포르투갈 리스본 공항에선 연료공급 차질로 군용·국영기나 비상운행을 하는 비행기 이외에 대해선 급유가 중단돼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다.
유럽의 화물 노동자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시위 상황을 주시하며, 연대 파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선 석유메이저 셸의 유조차 기사들이 13~17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프랑스 화물연대는 16일부터 사실상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 이탈리아에선 이달 말께 화물연대의 전면 파업이 예정돼 있다.
유럽 각국 정부들은 “공급부족은 없을 것”이라며, 사재기 방지를 촉구하는 것 외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불공정 거래 방지를 이유로 특정 산업·업체에 대한 개별 회원국의 지원을 엄격히 규제해 유류세 감면이나 보조금 지급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19~20일 브뤼셀에서 고유가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역내 계층·분야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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