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빠도 고액 받아” 정부·주주 제재 나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유가·곡물값 폭등으로 세계 경제가 급속히 둔화하면서 턱없이 높은 경영자들의 보수에 대한 손질이 본격화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경영실적이 형편없는데도 높은 보수를 받은 몇몇 경영자들에 대해 “창피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액수를 낮추기 위한 행동에 들어갈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기업 이사회 등에 최고 경영자에 대한 보상과 성과가 서로 연동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을 요청하고, 만약 실패한다면 이를 강제하는 법을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훌륭한 성적을 보인 기업의 경영인이 많은 돈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정책은 실업 사태 등 기업을 어려운 상황에 빠뜨린 경영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제주간 <렉스팡시옹>은 28일 프랑스의 선도적인 40개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받은 보수의 합계가 2007년 58%나 늘어 1억6100만유로(약 257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오는 7월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게 되는 프랑스는 경영자 급여에 대한 제한을 유럽연합 전체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프랑스 정부 관리들이 밝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도덕적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정책의 하나로, 기업 경영인의 과도한 보수에 대한 강경책을 고수해 왔다. 네덜란드 정부도 경영진의 고액 보너스와 막대한 퇴직수당에 추가적인 세금을 추징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엄청난 퇴직수당에 대해 “사회적 재앙”이라며 “황금의 작별인사”에 높은 세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주주의 20%가 경영진들에게 앞으로 3년간 최대 1억2천만파운드(약 244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최근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로열더치셸 등에서도 경영진의 보수를 높이는 안에 대해 30~40%에 이르는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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