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전 재입국 여부 합의·억류 최장 18달까지 허용
유럽연합(EU)이 역내 불법 이민자의 억류와 추방에 관한 규칙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대사들이 22일 브뤼셀에서 열린 모임에서 새 불법 이민 규칙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새 규칙은 불법 이민자가 적발될 경우 자발적 출국을 유도하고, 출국 전 재입국 여부를 합의하도록 했다. 도주 우려가 있는 이들에 한해 6개월간 억류가 가능한데, 이 기간은 최장 18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하지만 강제 추방된 이들은 원칙적으로 재입국이 금지된다.
새 규칙에는 보호자가 동반되지 않은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시설 등 보호장치 마련과, 불법 이민자 수용시설에 대한 비정부기구(NGO)의 접근 등 보안책도 포함돼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이민 문제를 놓고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유럽 역내에 120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규정이 나라마다 제각각이어서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는 불법 이민자 억류기간을 30일로 제한한 반면, 몰타는 18달까지 허용한다. 영국 등 7개국은 아예 제한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정부는 지난 14일 범죄자와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력 단속·추방을 실시한 데 이어, 21일 불법 입국자에 대해 최장 4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새 규칙은 다음달 열릴 유럽의회의 표결을 거쳐야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회의 사회당 그룹이 인권침해 가능성을 들며 반발해 논란이 예상된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억류기간을 12개월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화근이다.
마르틴 루르 유럽의회 의원(프랑스)은 “새 규칙이 통과되면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이 통상 1~2개월에 불과한 억류기간을 더 늘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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