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물 교잡배아 생성과정
하원 법안 통과…‘연구 목적·2주내 폐기’ 규정
건강한 유전자 골라 ‘맞춤 아기’ 생산도 가능케
건강한 유전자 골라 ‘맞춤 아기’ 생산도 가능케
동물 난자에 인간의 유전자(DNA)를 넣은 배아의 생성을 허용하는 법안이 영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통과됐다.
영국 하원은 19일 인간-동물의 교잡배아(이종간 체세포 핵이식)를 허용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336 대 176으로 통과시켰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하원은 또 희귀병을 앓는 자녀의 치료를 위해, 시험관 수정을 한 배아 중 건강한 유전자를 지닌 배아를 골라 맞춤형 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구세주 형제’(saviour siblings)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소·토끼 등의 동물 난자에서 유전물질을 모두 제거한 뒤, 인간의 디엔에이를 주입해 배아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배아의 생성을 연구목적에 한정하고, 생성된 배아는 14일 이내에 폐기 처분토록 규정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를 비롯한 찬성론자들은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줄기세포 연구에 도움이 된다며 법안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보수당과 종교계, 노동당 일부에서는 한 개체 속에 다른 유전자를 가질 수 있는 ‘키메라 인간’을 만들 수 있다며 법안에 반대했다.
특히 맞춤형 아기 생성을 내용으로 하는 구세주 형제 법안을 놓고, 데이비드 버로우즈 의원(보수당)과 생명윤리 단체들은 ‘체리를 고르듯’ 원하는 유전자를 지닌 아기를 선택하도록 허용하면 결국 지능이나 체력, 외모 등을 염두에 둔 ‘맞춤 아기’ 시대가 오고 말 것이라며 거세게 반대했다.
교접 배아 생성 등을 둘러싸고 생명윤리 문제 등 사회적 격론이 일자, 브라운 총리는 의원들에게 당론과 상관없이 자유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데스 브라운 국방장관 등 노동당 소속 의원 3명은 이날 종교적 이유를 들어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법안들은 1990년 제정된 ‘인간 수정 및 배아에 관한 법률’이 줄기세포 연구 등 현대과학 기술 발전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그동안 영국은 선정된 일부 연구기관에만 실험 목적의 교잡배아 생성을 허용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뉴캐슬대학 연구팀은 암소의 난자에 인간의 피부세포에서 추출한 디엔에이를 주입한 교잡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교잡 배아 생성을 허용한 법안을 만든 것은 영국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영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관련 법을 만들지 못한 채, 논란 여지가 있는 연구를 계속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6일, 인간-동물의 교잡 배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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