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연정 구성 어떻게 되나
AP보도…강경민족주의 세력 재집권 할 듯
친서방연합 주도 EU가입 협상 타격 예상
친서방연합 주도 EU가입 협상 타격 예상
‘발칸의 도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유령이 세르비아를 배회하고 있다.
세르비아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급진당(SRS)과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총리가 이끄는 세르비아민주당(DSS) 등 민족주의 세력이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사회당(SPS)과 차기 연립정부를 구성키로 합의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이들의 연정이 현실화될 경우,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이 이끄는 친서방 정당연합은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정권 창출에 실패하게 된다. 그 결과는 2000년 밀로셰비치 축출 이후 힘을 잃었던 강경 민족주의 세력의 ‘재집권’이라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전망이다.
고르다나 포프 라지치 급진당 간부는 이날 급진당-세르비아민주당 연합이 사회당과 ‘민족주의’ 성향의 새 정부를 구성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으며, 최종 협상 타결을 위해 구체적 현안을 추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친서방 세력과 사회당의 제휴가 거의 타결 직전에 이르렀다는 전날 보도를 뒤집는 것이다. 앞서 15일 일간 <블리치>는 친서방 세력과 사회당의 제휴 협상이 거의 이뤄졌다며, 공식선거 결과가 확정된 뒤인 이달 말께 제휴 협상 내용이 공표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민족주의 연정 구상이 발표된 직후, 타디치 대통령은 “유권자들은 고립주의 정부가 아닌 강하고 안정적인 친 유럽적 세르비아에 표를 던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회당에 친서방 연정에 참여해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지난 11일 총선 이후, 사회당은 양쪽 진영으로부터 열띤 ‘러브콜’을 받아왔다. 친서방, 민족주의 양쪽 진영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사회당이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회당이 어느 쪽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친유럽으로 갈지, 친러시아로 갈지 세르비아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회당이 민족주의 연정에 합류할 경우, 타디치가 추진해왔던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타디치는 그동안 유럽연합 가입 추진을 통해 밀로셰비치 집권 동안의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민족주의 진영에선 유럽연합 가입국 절반 이상이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유럽연합 가입 협상 중단을 촉구해왔다.
한편, 친서방 정당연합과 손잡은 우익 자유민주당(LDP)은 민족주의 세력이 차기정부를 구성한다면, 이에 맞서 예비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 출범까지 한동안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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