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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세르비아 총선 ‘친서방 연합’ 승리

등록 2008-05-12 22:26

세르비아 총선 결과
세르비아 총선 결과
민족주의보다 EU가입 ‘실리’ 선택
과반은 실패…합종연횡 불가피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의 세르비아 총선에서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이 이끄는 친서방 정당연합이 예상을 깨고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코소보의 독립선언 뒤 급부상한 극우 민족주의적 급진당(SRS)이 다른 정당과의 제휴를 통한 과반 확보를 벼르고 있어, 차기 정부 구성을 놓고 또 한차례 혼란이 예상된다.

11일 치러진 세르비아 총선에서 친서방 정당연합이 38.7%를 득표했다고 세르비아의 독립선거감시 ‘자유선거와 민주주의 센터’가 발표했다. 외신들도 친서방 정당연합이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고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급진당(SRS)은 29.1%의 지지에 그쳤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총리가 이끄는 세르비아민주당(DSS)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몸 담았던 사회당(SPS), 우익 자유민주당(LDP)이 그 뒤를 이었다.

타디치 대통령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세르비아 유권자들이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길을 택한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다른 정당과 제휴 협상을 통해 새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친서방 정당연합이 확보한 의석수는 103석에 불과해, 과반 의석(전체 250석)을 얻으려면 자유민주당 등을 비롯해 두 개 이상의 정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비비시>(BBC) 방송은 “유럽연합 가입 추진이 코소보 독립에 대한 암묵적 승인으로 비칠 수 있다”며, 갈 길을 달리한 세르비아민주당과의 연정이 물건너 간 만큼 타디치가 전혀 성향이 다른 사회당과 제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급진당의 지도자 토미슬라브 니콜리치도 “이데올로기적 유사성”을 들며, 12일 세르비아민주당과 사회당을 만나 연정 구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손잡게 될 경우, 모두 127석을 얻게 돼 친서방 정당 연합은 선거에 이기고도 정권 창출에 실패하게 된다.

지난 2월 코소보의 독립 선언 이후, 세르비아에서는 급진당이 급속히 세를 얻었다. 2000년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 축출 이후 8년 만에 민족주의 세력이 재집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한 외교 소식통은 “선거 전 예상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봤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세르비아 유권자들이 코소보 독립선언에 대한 분노 표출이라는 ‘명분’ 보다는 유럽연합 가입을 통한 생활 수준 향상이라는 ‘실리’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은 총선을 앞두고 세르비아와 유럽연합 가입 전단계인 안정제휴협약(SAA)을 체결하고, 비자면제 혜택을 주는 등 친서방 진영에 집중적 지원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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