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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68혁명 40돌…잇단 시위 ‘술렁이는 파리’

등록 2008-05-01 22:49수정 2008-05-01 22:50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29일 정부의 교육 공무원 감원에 항의하는 수천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시위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1만1천여명 규모의 교육 공무원 삭감을 추진 중이다.  마르세유/AP 연합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29일 정부의 교육 공무원 감원에 항의하는 수천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시위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1만1천여명 규모의 교육 공무원 삭감을 추진 중이다. 마르세유/AP 연합
학생 이어 노동자 ‘퇴직연금 개혁안 반대’ 파업 예고
경제여건 악화가 원인…“최근 시위 혁명 열기 없어”
‘68혁명’ 40돌을 맞은 5월, 파리의 거리가 또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노동절을 맞아 프랑스의 주요 노조들이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고 <르몽드>가 지난 29일 보도했다. 연금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현행 40년인 퇴직연금 납입기간을 2012년부터 41년으로 연장키로 한 정부 개혁안이 불씨다. 프랑스 최대 좌파 노조연맹인 노동총동맹(CGT) 등 노조 5곳은 이 개혁안이 노동기간을 늘려 연금 재정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얕은 발상이라며, 오는 22일 대규모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교육공무원 감원에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는 3주째 계속되고 있다. 거리로 뛰쳐나온 학생들과 노동자 대파업 등은 40년 전 ‘혁명전야’ 와 많이 닮은 풍경이다.

오는 16일, 강도 높은 개혁을 내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집권한 지 1년이 되지만, 살림살이는 되레 뒷걸음질쳐 국민적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 개혁의 진척이 더디고 경기 부양의 효과도 신통찮아,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21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물가 상승률은 3.6%까지 치솟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0%에서 1.6%로 하향 조정됐다. 사르코지에 대한 지지율은 36%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사르코지의 권위적·보수적 정책과 강경 자세는 학생·노동자들의 저항을 한껏 자극한다. 그는 폭력 시위에 ‘제로 톨레랑스’를 선언하고 공권력 수호를 다짐했다. 주 35시간 근무제를 ‘프랑스병’의 원인으로 꼽아 대대적 ‘수술’을 약속하는 등 기존의 프랑스적 가치에 정면 도전했다. 대외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을 약속하는 등 대테러전쟁에 깊숙이 발을 담갔다.

사르코지의 집권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우파의 세 확대는 68혁명 평가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도 낳았다. 지난해 “68년 5월은 청산돼야 한다”는 사르코지의 주장을 신호탄으로 우파는 혁명의 가치를 전면 부정하고 나서 좌파와 일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은 68혁명 40돌을 맞아 프랑스 서점가에서는 당시 주역들의 회고록과 관련 연구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혁명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회와 특집기사 게재가 이어지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하지만 지금 파리의 ‘불온한 기운’은 40년 전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최근 시위대의 아우성은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 따른 불만에 그친다. 미국의 베트남 침공 등으로 촉발된 40년 전 시위가 일체의 권위주의와 보수적 체제를 거부하는 ‘사회운동’으로 확산된 것과 대조된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40년 전 파리 거리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며 프랑스의 체제 변혁을 요구하는 대학생들로 가득했지만, 지금의 대학생들은 취업과 국가적 이익의 훼손을 걱정할 뿐”이라며 ‘혁명 동력’의 부족을 꼬집었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도 “설문조사 결과 프랑스 학생의 80%가 선생님들이 좀더 권위적이기를 바라고, 독립보다는 복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프랑스에서 68혁명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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