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공화국 주요 일지
급진당 총선 여론조사서 집권 민주당에 앞서
‘밀로셰비치 사회당’ 참여하는 연정설 ’솔솔’
‘밀로셰비치 사회당’ 참여하는 연정설 ’솔솔’
코소보의 일방적 독립선언으로 들끓고 있는 세르비아에서 급진적 민족주의 세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오는 5월11일 열릴 세르비아 총선에서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급진당(SRS)이 근소한 차이로 친서방적인 집권 민주당(DS)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급진당을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 정당들의 연정 가능성이 높아, ‘친밀로셰비치’ 세력이 축출 8년 만에 재집권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르비아의 ‘자유선거·민주주의를 위한 센터’가 이달 중순께 2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급진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36.5%로 민주당 지지자( 33.5%)보다 조금 많았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세르비아 총리가 이끄는 온건 민족주의적 세르비아민주당(DSS)은 12.5%, 친서방적 자유민주당(LDP)은 8%의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 1·2위를 달리는 급진당과 민주당은 자체 과반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연정이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세르비아민주당과 급진당의 제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르비아민주당은 지난 2월 코소보의 일방적 독립 선언 이후 유럽연합(EU) 가입 추진이 코소보 독립 승인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이 이끄는 친서방적 민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다. <데페아> 통신은 급진당과 세르비아민주당이 손을 잡으면, ‘인종청소’로 악명을 떨쳤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사회당도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사회당은 이번 조사에서 6.5%의 지지를 얻었다.
국제위기그룹(ICG)도 최근 민족주의 정당들의 연정 구성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제위기그룹은 세르비아에서 민족주의 세력이 집권하면 코소보는 물론 이웃 보스니아의 안정도 흔들릴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연합이 세르비아의 친서방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오히려 급진당을 도와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소보 독립선언 이후 집권 연정이 붕괴된 뒤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한마디로 ‘코소보를 지킬 것이냐’, ‘유럽연합에 가입할 것이냐’를 둘러싼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급진당은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사회당과 함께 세르비아의 강경 민족주의 정책과 코소보 내전을 주도했으며,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유럽연합(EU) 가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1972년 28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고 항공기 추락사고 당시 유일한 생존자였던 베스나 불로비치가 민주당 지지자로 유세에 나서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26일 보도했다. 불로비치는 “세르비아가 밀로셰비치 시절의 어두운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 나라에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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