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엘리제궁에서 언론과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
취임 1돌 앞두고 특별대담…지지율 추락에 잘못 인정
“손에 쥔 금을 납으로 만들어버렸다!”
지난달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뒤 사회당의 피에르 모스코비치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했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취임 1주년(5월16일)을 앞두고 추락하는 지지율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르코지 대통령이 언론과 특별대담을 하는 등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리려 애쓰고 있다.
그는 이날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특별대담에서 “1년 동안 실수를 했을지 모른다”며 자신의 잘못을 사실상 시인하고 “정부의 방향과 목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지도 하락과 상관없이, 취임 당시 약속한 개혁 정책을 계속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는 유능함을 강조하기 위해 지나치게 활동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으나, 이날은 이혼과 재혼 등 혼란스러웠던 사생활이 ‘정상궤도’로 돌아갔다는 것을 부각시키려고 했다”고 대담을 평했다.
취임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사르코지의 지지율은 급속히 빠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이폽’의 조사를 보면, 한때 67%에 이르렀던 그의 지지율은 36%까지 떨어지는 등 이미 반토막난 상태다. 주간 <파리마치>의 조사에선 사르코지의 대통령직 수행을 불만족스럽게 평가하는 비율이 72%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기는커녕,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르코지는 정부 부처 통·폐합과 감세 정책 등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며 잠든 프랑스 경제를 깨우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장담과는 달리 지난 1년 동안 경제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소비심리지수는 지난 20년 사이 가장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가는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치솟았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에 이어, 최근 2주 사이에 정부의 교육 공무원 감원에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6차례나 벌어지는 등 사회적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1968년 5월 혁명이 재연될 가능성마저 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프랑수아 피용 총리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피용에 대한 지지는 적어도 국민들이 사르코지의 개혁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더타임스>는 최근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안에서도 사르코지가 당선 초기처럼 강한 개혁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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