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 영향 석탄발전소 5년간 50개 세우기로
‘유럽 너마저!’
고유가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환경 보호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온 유럽에서도 석탄을 이용한 대규모 발전소 건설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유럽에서 앞으로 5년 동안, 50년간 가동할 수 있는 석탄 발전소 50여개가 건설될 것이라고 22일 보도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현재 14%에 불과한 석탄 발전소의 비중을 5년 뒤 33%까지 늘릴 계획이다.
유럽 전력 업체들은 비용과 에너지 안보 등 어느 모로 봐도 석탄 발전소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석탄은 200년 동안 사용할 만큼 매장량이 충분한데다, 값이 몇년새 3배나 뛰었어도 여전히 석유나 천연가스에 비해 싸다. 또 석탄 공급업체들엔 카르텔이 없어 가격협상 여지가 충분하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유럽 사회의 큰 거부감 또한 석탄 발전소 건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선 석탄의 ‘귀환’을 바라보는 환경론자들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고다드우주연구소의 기상학자 제임스 한센은 “앞으로 20여년 동안 단계적으로 식물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당장 석탄 사용을 중단하지 않으면 재앙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업체들은 연소 과정에서 방출되는 가스의 양을 줄이거나 가스를 액화시켜 지하에 보관하는 등의 ‘청정 석탄’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비용이 일반 발전소 건설 비용의 10~20% 정도에 이르는 등 비용 부담이 상당한 문제로 지적된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자체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석탄 화력발전소에 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선 “경이적인” 전환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의 제프 삭스 소장은 “그 어떤 나라나 기업도 이런 비용을 기꺼이 감당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경친화적 방식의 석탄 이용은 망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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