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메 차콘(37)
군 경력 없는 카르메 차콘
사파테르 당권 장악 핵심 역할
사파테르 당권 장악 핵심 역할
여성 각료가 남성보다 많은 스페인 새 내각에서 여성으로선 처음 국방장관 자리에 오른 카르메 차콘(37)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현재 임신 7개월을 넘긴 차콘은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30대 중반인 그의 짧은 정치 역정에서 군과 맺은 관계는 거의 전무하다. 게다가 스페인 군은 여성의 입대를 1988년에야 허용했으며, 여지껏 여성 장성을 한명도 배출한 적이 없을 만큼 여성에 배타적이다.
차콘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한달 전에 입각 통보를 받았다며, 군과 사회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군사 문외한인 차콘의 국방장관 기용에는, 그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의 최측근이란 점이 작용했다고 <인디펜던트> 등은 전했다. 그는 2000년 사파테로의 당수 등극에 핵심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파테로는 이번에 내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그를 사회노동당(PSOE)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지난해부터 주택장관으로 재임해 왔으며, 2004~07년 의회 수석부의장을 맡기도 했다. 1999년 바르셀로나 시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에 본격 입문한 차콘은, 이듬해 하원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2003년 당대변인을 맡아 2004년 선거를 이끄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차콘과 같이 과거 남성의 전유물로 간주돼온 국방 분야의 수장에 여성이 진출하는 사례는 21세기 들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남미와 유럽에서 비교적 많은데,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2002~04·현 대통령) △우루과이의 아수세나 베루티(2005~08) △아르헨티나의 닐다 하라레(2005~현직) △프랑스의 미셸 알리오마리(2002~07·현 내무장관) △스웨덴의 레니 비에르클룬드(2002~06)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마리나 펜데시(2007)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인도·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 유력 가문에서 정치인·관료가 주로 배출돼온 나라들에서도 여성 국방장관은 드물지 않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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