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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파티 귀신에서 영국의 영웅으로’

등록 2008-02-29 19:59수정 2008-02-29 23:30

영국의 해리 왕자가 지난 1월2일 아프가니스탄 델리기지에서 캘리버50 기관총을 쥐고 있는 모습. 이날 동료가 찍어준 동영상에서 해리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따금씩) 머리를 잠깐 내밀 뿐”이라며 “캘리버50은 처음 쏴본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AP 연합
영국의 해리 왕자가 지난 1월2일 아프가니스탄 델리기지에서 캘리버50 기관총을 쥐고 있는 모습. 이날 동료가 찍어준 동영상에서 해리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따금씩) 머리를 잠깐 내밀 뿐”이라며 “캘리버50은 처음 쏴본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AP 연합
해리 왕자, 아프가니스탄 최전선 극비 배치
“제가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게 될 거란 얘길 해주신 분은 다름 아닌 할머니셨죠. 할머니는 저를 강력히 지지하셨어요.”

아프간 전선에서 탈레반과 전투 중인 영국 청년장교의 말이다. 전쟁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미담’이다. 29일 전세계는 이 장교에게 주목했다. 할머니는 바로 엘리자베스 여왕, 청년은 찰스 왕세자의 둘째아들이자 왕위 계승 서열 세번째인 해리(23) 왕자다.

기병대 소위 해리가 배치된 곳은 나토군과 탈레반이 500m 거리에서 대치 중인 헬만드주 남부전선이다. 직속 상관인 마크 밀퍼드 소령은 해리가 전전한 벙커와 기지들이 “이쪽 지역에선 가장 위험한 곳들”이라고 말했다.

해리는 지난 10주 동안 항공통제관으로 활동했다. 공습할 곳의 적군 위치 등을 파악해 공군에 전달하는 역할이다. 수색활동에도 참여했다. 아프간 경찰과 접촉도 했지만,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그의 전선 배치 자체가 엄격한 비밀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리는 이라크 배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영국군은 그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리와 그의 부대가 무장세력의 ‘1순위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대신 영국군과 왕실 쪽은 비밀리에 아프간 배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주요 언론들은 지난해 7월 영국 국방부와 이 문제의 엠바고(보도제한)에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독일·오스트레일리아 매체들이 해리의 아프간 배치를 보도하고, 미국 인터넷매체 <드러지리포트>가 28일 사진까지 실어 약속은 깨졌다. 리처드 대넛 합참의장은 “외국 매체가 우리와 상의하지 않고 보도한 데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보도제한이 깨지자 영국 언론들도 앞다퉈 보도를 냈다. <선>은 “해리는 우리의 아들”이라며 “해리가 적어도 세 차례 공습을 지휘하며, 탈레반 30명을 죽이는 데 일조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활동이 ‘파티 귀신’으로 알려진 그의 대중적 이미지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며, 런던의 나이트클럽 유명인사였던 그의 과거를 되짚었다. ‘난봉꾼 왕자’로 불리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에 참전해 일약 영웅이 된 삼촌 앤드루 왕자에 비견할 만하다는 칭찬도 나오고 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모든 영국인이 그를 자랑스러워한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아프간 배치 사실의 갑작스런 공개로, 해리는 원래 4개월인 파견기간을 절반 가량만 채우고 서둘러 전장을 뜨게 됐다. 파일럿도 알아채지 못한 콜사인 ‘위도 67’의 ‘웨일스 소위’가 해리라는 게 알려진 이상, 탈레반이 적극적으로 그를 해치려 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해리도 출국 전 인터뷰에서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둘 것”이라며 “내 신분이 밝혀지면 주변 사람들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크 스티럽 영국 공군참모총장은 “세계 언론의 보도 때문에 해리 왕자 개인은 물론 함께 있는 병사들의 안전에도 영향이 가게 생겼다”며 곧 해리를 빼겠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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