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몬샌토 옥수수 안전에 의구심”…EU 각국 영향줄듯
환경단체 ‘환영’…재배농가는 “근거없는 결정” 반발
환경단체 ‘환영’…재배농가는 “근거없는 결정” 반발
프랑스 정부가 유전자변형 작물(GMO)의 재배 금지를 처음으로 공식 결정했다. 유럽연합(EU)이 유전자변형 작물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이런 결정은 다른 유럽나라들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유전자변형 먹거리의 수입을 요구해온 미국 정부의 반발도 예상된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프랑스 정부가 미셸 바르니에 농무부 장관 이름으로 “앞으로 프랑스 영토에서 유전자변형 옥수수 종자의 재배를 금지한다”는 공고를 9일 관보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농무부는 또 정부의 재배 허가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금지 조처는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금지된 것은 미국 최대 종자회사 몬샌토의 ‘MON810’ 옥수수 종자다. 프랑스에서 재배되는 유일한 유전자변형 작물인 이 품종의 일부는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스페인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달 관련 전문가 위원회는 ‘MON810’ 종자의 안전성에 “심각한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유전자변형 작물의 재배 금지를 촉구하며 지난달 초부터 단식투쟁을 벌여온 반세계화 농민 운동가 조제 보베와 환경단체들은 10년에 걸친 유전자변형 반대 투쟁의 성과라며 프랑스 정부의 결정을 일제히 환영했다.
하지만 몬샌토와 프랑스 옥수수 재배 농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몬샌토의 대변인은 이날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고 비난하며 “프랑스 농부들이 안전하고 검증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법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옥수수 농가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들은 올해 프랑스에서는 10만㏊에 이르는 농토에 유전자변형 옥수수가 재배될 예정이었다며, 정부의 금지 결정으로 1천만유로(약 139억원)의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옥수수재배연합의 뤽 에스프리 이사는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이 자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3주 안에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을 들며 “올 봄 농가들이 다양한 옥수수를 파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이런 결정은 먼저 유전자변형 식품 수입을 둘러싼 유럽연합 내부의 이견을 증폭시킬 전망이다.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을 비롯한 유전자변형 식품 대량생산국들의 요청에 따라 이들 식품의 수입 허가를 유럽연합에 압박해왔다. 그렇지만 오스트리아·헝가리 등 일부 나라들의 거센 반발로 합의안 도출이 난항을 겪어왔다. 유럽연합 식품안정청(EFSA)은 올해 안에 최종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덩치 큰 프랑스가 반대 쪽에 가담함으로써 합의안 도출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문서를 인용해, 유럽연합의 결정이 지연되거나 반대 쪽으로 귀결되면, 미국 정부가 유럽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 등의 방식으로 연간 수출손실액에 해당하는 보복조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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