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영국이 러 외교관 추방
영국이 러시아 정부의 폐쇄령을 무시하고 러시아 내 영국문화원의 업무를 재개하자, 러시아 정부가 영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삐걱거려오던 양국의 외교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1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예카테린부르크의 영국문화원 2곳을 1월1일을 기해 한시적으로 폐쇄한다고 통보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영국문화원이 조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지만, 지난해 영국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 그러나 영국은 이를 거부하고, 9일 예카테린부르크의 문화원에 문을 연 데 이어 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문화원도 재개관했다.
러시아 정부는 영국의 행위를 ‘의도적 도발’로 간주하고, 이날 토니 브렌튼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를 소환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이번 행위를 러-영 관계에 긴장을 촉발시킬 목적을 지닌 의도적 도발로 간주한다”며 “앞으로 두 문화원에서 근무하기 위해 파견될 영국 직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렌튼 대사도 “문화원 폐쇄 시도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업무 강행 방침을 밝히는 등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전직 비밀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암살 용의자를 영국으로 송환하는 문제를 놓고, 지난해 외교관 ‘맞추방’ 등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는 올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차기 대통령으로 점쳐지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외교정책엔 문외한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영국에 비우호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현 정책이 그대로 계승돼, 당분간 양국의 외교관계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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