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개헌
제헌의회, 개헌안 최종승인에 야권 “투표 봉쇄투쟁”
유럽계-원주민 긴장 증폭…군사개입 가능성도 거론 볼리비아 5개주 지사들이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안에 반대해 자치 선언을 경고하는 등 개헌안을 둘러싼 갈등이 비등점으로 치닫고 있다. 볼리비아 전체 9개 주 가운데 산타크루스, 코차밤바, 타리하, 베니, 판도 등 야권이 장악하고 있는 5개 주의 지사들은 10일 긴급 회동을 갖고 개헌을 저지하기 위해 15일 일방적으로 자치를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 야당인 포데모스당의 오스왈도 우요아 페냐 의원은 “자신의 뜻대로 법을 조작하는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며 “중앙 정부의 가혹한 보복이 우려되지만 산타크루스주가 자치 선언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이런 강도 높은 반발은 지난 9일 제헌의회가 대통령 단임제 폐지 등을 뼈대로 한 개헌안을 최종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개헌안 국민투표에서 2005년 대선보다 낮은 득표를 얻으면, 대통령직을 사퇴할 수도 있다”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으나, 야권은 개헌안 국민투표 자체를 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야권은 대통령과의 대화도 거부하고 개헌안 무효화 투쟁을 계속 해나가기로 했다. 정부와 야권의 정면충돌 우려까지 나오자, 일부에서는 군 병력이 투입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볼리비아 정치 전문가 카를로스 코르데로는 “주정부가 실제로 자치를 선언하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사태 해결을 위한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게 된다”며 “결국 군사적 개입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자치 선언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질서 유지를 내세워 군 병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 볼리비아 정부가 자치 선언을 한 주에 병력을 파견할 가능성은 낮지만, 폭력 사태 우려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자치선언으로 인해 토착 원주민들로 구성된 고지대와 유럽계가 주류를 이루는 동부 저지대 사이에 긴장이 증폭되는 등 분열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2005년 12월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모랄레스는 소수 유럽 출신의 기득권을 반영하는 현행 헌법이 민주적이지 않다며 개헌을 주도해 왔다. 개헌안은 5년 단임제인 대통령의 임기 제한을 철폐해 재임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인구의 62%를 차지하는 토착 원주민들에게 폭넓은 자치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헌안에는 토지소유 제한과 유전자조작 작물 금지 등도 포함돼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산타크루스주 농가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개헌안은 14일 이전에 상하원 합동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국민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유럽계-원주민 긴장 증폭…군사개입 가능성도 거론 볼리비아 5개주 지사들이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안에 반대해 자치 선언을 경고하는 등 개헌안을 둘러싼 갈등이 비등점으로 치닫고 있다. 볼리비아 전체 9개 주 가운데 산타크루스, 코차밤바, 타리하, 베니, 판도 등 야권이 장악하고 있는 5개 주의 지사들은 10일 긴급 회동을 갖고 개헌을 저지하기 위해 15일 일방적으로 자치를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 야당인 포데모스당의 오스왈도 우요아 페냐 의원은 “자신의 뜻대로 법을 조작하는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며 “중앙 정부의 가혹한 보복이 우려되지만 산타크루스주가 자치 선언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이런 강도 높은 반발은 지난 9일 제헌의회가 대통령 단임제 폐지 등을 뼈대로 한 개헌안을 최종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개헌안 국민투표에서 2005년 대선보다 낮은 득표를 얻으면, 대통령직을 사퇴할 수도 있다”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으나, 야권은 개헌안 국민투표 자체를 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야권은 대통령과의 대화도 거부하고 개헌안 무효화 투쟁을 계속 해나가기로 했다. 정부와 야권의 정면충돌 우려까지 나오자, 일부에서는 군 병력이 투입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볼리비아 정치 전문가 카를로스 코르데로는 “주정부가 실제로 자치를 선언하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사태 해결을 위한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게 된다”며 “결국 군사적 개입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자치 선언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질서 유지를 내세워 군 병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 볼리비아 정부가 자치 선언을 한 주에 병력을 파견할 가능성은 낮지만, 폭력 사태 우려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자치선언으로 인해 토착 원주민들로 구성된 고지대와 유럽계가 주류를 이루는 동부 저지대 사이에 긴장이 증폭되는 등 분열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2005년 12월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모랄레스는 소수 유럽 출신의 기득권을 반영하는 현행 헌법이 민주적이지 않다며 개헌을 주도해 왔다. 개헌안은 5년 단임제인 대통령의 임기 제한을 철폐해 재임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인구의 62%를 차지하는 토착 원주민들에게 폭넓은 자치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헌안에는 토지소유 제한과 유전자조작 작물 금지 등도 포함돼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산타크루스주 농가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개헌안은 14일 이전에 상하원 합동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국민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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