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문 서명할것” 보도로 불거져…“내년 3월 국민투표” 예상도
최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연장을 위한 ‘비책’으로 벨로루시와 통합하는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9일 푸틴 대통령이 벨로루시와 전면적 통합을 내용으로 하는 ‘폭탄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통합을 위해 마련하게 될 새로운 헌법이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권력을 연장하는 구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7일 러시아의 라디오 방송 <에코모스크비>는 이번주 벨로루시의 수도 민스크를 방문하는 푸틴 대통령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과 통합 협정문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해 이런 관측을 부채질했다. 이 협정문에는 공용 화폐의 사용은 물론, 법률체계·군대·국가상징 등 두 나라의 완벽한 통합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방송에선 양국이 통합하면 푸틴 대통령이 임시 대통령직을 맡고, 루카셴코 대통령이 의회의 의장을 맡는 권력분점 방안도 등장했다. 크레믈 대변인은 “확실치 않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두 나라의 통합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벨로루시는 옛 소련 국가들 가운데서도 러시아와 관계가 가장 긴밀한 나라로 꼽혀왔다. 벨로루시는 에너지 공급과 안보 지원, 경제 보조금 등 여러 방면에서 러시아에 의존하며, 1996년 이후 사실상 부분 통합 상태를 유지해왔다. 통합을 밀어붙이는 러시아의 최대 무기는 에너지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지난주 벨로루시에 판매하는 연료가격을 지난해의 3배로 올리는 정책을 발표해, 최근 통합안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루카셴코 대통령을 압박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라도 푸틴 대통령과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에서는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푸틴 대통령의 다음 행보를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전문가들은 마지막까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와 벨로루시의 통합이라는 막판 승부수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니콜라이 페트로프는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사안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통합안은 대단히 시의적절해 보인다”며 “이르면 내년 3월 초 양국이 새로운 통합국가를 승인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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