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외교관 홍콩 부임뒤 관계 끊어…8살 여아 새부모 기다려
7년 전 외국인에게 입양됐다가 파양된 한국 어린이의 딱한 처지가 홍콩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이아무개(8·영어이름 제이드) 양은 대구에서 태어나 넉달 만인 2000년 1월 한국 주재 네덜란드 외교관 부부에게 입양됐다. 2004년 홍콩으로 발령받은 외교관은 부임 뒤 이 양을 홍콩사회복지국에 보냈다. 양육을 포기한 것으로, 사실상 파양(입양 관계를 끊음)인 셈이다.
이 외교관은 최근 파양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 우리(부부)가 안고 살아야 할 일”이라며 “잘못된 입양이었지만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불임이었던 외교관의 부인이 홍콩에서 임신하게 되자 입양을 포기했다거나, 한국에서부터 파양을 희망하다가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홍콩에서 마무리했다는 등 소문도 무성하다.
‘국외 입양 어린이 보호와 협력에 관한 헤이그 협약’(1993)은 “입양 부모는 입양 자녀가 입양된 나라에 입국하고 거주할 권리를 책임져야 한다”(17조)고 규정한다. 여전히 서류상 부모 신분인 외교관 부부는 이 양의 네덜란드 국적을 아직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은 영어와 광둥어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할 뿐, 한국어는 전혀 못 한다. 입양되기엔 나이도 적지 않다. 파양되면 한국에 돌아가야 할 처지지만, 한국 입양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 당국은 홍콩에 사는 한국인 혹은 외국인 가정으로 입양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라고 판단하고, 한인 교민 소식지에 최근 광고를 내는 등 ‘새 부모’를 찾고 있다. 이 양은 지금 임시 양육 가정에서 ‘입양 대기’ 상태로, 지난 9월엔 홍콩 현지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국외입양인연대(ASK) 라경아(35)씨는 “이 양의 입양 과정에서 입양기관이 부모에 대한 적절한 심사를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보호 당국에 “민족·인종적 배경 뿐 아니라, 지난 7년 동안의 양육 환경에도 주의를 기울여 세심하게 조처할 것”을 주문했다. 라씨는 “외교관이나 되는 사람이 그런 결정을 내린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서방의 입양 부모들 가운데는 ‘귀엽고, 말 잘 듣는’ 아시아 아기를 원하면서, 키우는 과정을 간과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양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홍콩여성한인회 관계자는 “어느 누구도 다치는 건 원치 않는다”며 “좋은 부모가 얼른 나타나서 아이의 정신적 상처가 치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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