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재정 낭비 부른단 이유
비만 아내와 생이별 사례도
비만 아내와 생이별 사례도
‘뚱뚱한 이민자는 받지 않습니다!’
지난 9월 영국에서 뉴질랜드로 거처를 옮긴 영국인 기술자 리치 트레지스는 아내와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뉴질랜드 이민국이 그의 아내 로언이 너무 뚱뚱하다며 입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뉴질랜드 정부가 보건재정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비만 이민자들을 거부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25를 넘으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간주된다. 트레지스도 한때 체질량지수가 42에 이르러, ‘뉴질랜드 의료보장체계에 잠재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비만’이라는 판정을 받아 비자 발급 과정에서 퇴짜를 맞은 바 있다. 그는 이후 다이어트를 통해 허리둘레를 2인치 줄이는 성과를 올려, 뉴질랜드로 이사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비만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그들은 두 달 가까이 떨어져 지내야 했다.
트레지스는 “내 담당 의사는 과체중인 사람들이 전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빈 투매스 뉴질랜드 비만퇴치운동본부 대변인은 “비만인 차별에 반대한다”면서도 “보건재정에 심각한 낭비를 초래할 수 있는 이들을 받을 여력이 없는 이민당국의 관점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체질량지수가 높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한 뉴질랜드 이민 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이주 관련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글을 인용해, 그런 사람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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