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 말라가의 오래된 공동묘지에서 지난 16일 일꾼들이 집단 매장된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말라가/AP 연합
‘프랑코 통치는 파시즘’ 규정 공식 규탄
내전 희생자 주검 발굴에 예산 지원
반대파 처형·투옥 군사재판 무효화
내전 희생자 주검 발굴에 예산 지원
반대파 처형·투옥 군사재판 무효화
스페인 의회가 프랑코 독재정권의 과오를 청산하는 역사적인 법률을 통과시켰다.
스페인 하원이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31일 프랑코 장군의 쿠데타와 40년간의 독재 통치를 비난하는 ‘역사적 기억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법안은 요식적인 상원의 표결을 거쳐 관보에 게재된 뒤 효력이 발생한다.
이 법은 프랑코 정권을 파시스트 정권으로 공식 규탄하고, 지방 정부에 스페인 내전 기간(1936~39년) 동안 만들어진 집단 매장지를 발굴하는 활동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 약식 군사재판을 통해 수천명의 반대파를 처형하고 투옥했던 것을 불법으로 선언하고, 좌파 공화정부에 충성하는 민병대에 의해 처형된 가톨릭 사제 등 희생자들을 위한 상징적인 보상책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프랑코 독재 시절 지배층의 명맥을 잇는 제1야당 국민당은 “과거의 상처를 다시 헤집어 스페인 사회를 분열시킬 것”이라며 법안을 반대해왔지만,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은 몇개월의 협의 끝에 지난 8일 소수 정당들과 법안 통과에 합의를 얻어낸 바 있다.
법안이 통과되자, 내전 기간 동안 프랑코 민병대에 살해된 민간인들의 유해를 발굴해온 단체의 에밀리오 실바 회장은 “스페인 역사에 대단히 중요한 순간”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희생자들과 가족들이 명예회복도 하지 못한 채 이미 세상을 떠났다”며 “법률 통과가 시작일 뿐이지, 끝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안을 발의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2004년 취임 직후부터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며 과거청산 의지를 드러내왔다. 그의 할아버지는 제2공화국 장교로 복무하다 1936년 프랑코가 이끄는 반란군한테 처형당했다. 지난 총선에서 사파테로 총리한테 자리를 내준 국민당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총리의 할아버지는 프랑코의 친구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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