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MD 겨냥 강경 발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대 이란·이라크 정책을 비판하며, 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장대한’ 군사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대미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푸틴 대통령이 18일 ‘국민과의 대화’ 방송에서 미국의 이라크 개입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며, 이라크 철수 시한을 밝히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을 통해 3시간 동안 계속된 국민과 전화 질의응답에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이유는 석유 자원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는 스스로 자원을 보호할 능력이 있다며 “이라크와 똑같은 운명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는 이란의 핵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러시아 정부는 협박과 제재, 폭력 보다는 협상을 택할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대한 방위 능력을 강화키 위해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핵 잠수함을 비롯한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더욱 탄탄하고 효율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방위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의 반대를 무릅쓰고 폴란드 등 동유럽에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계획을 강행할 경우, “러시아 군대가 이에 맞대응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편, 이날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하루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핵 개발을 추진하는 이란에 유엔 안보리가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시작 전 “이란의 핵 프로그램으로 이스라엘이 걱정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올메르트 총리에게 이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올메르트 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푸틴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한 뒤 갑자기 이뤄진 것으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이란을 방문해 “핵 문제를 빌미로 다른 나라가 이란을 공격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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