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없으면 퇴직금 없다”
기업 임원 ‘성과 미달 땐 지급 불가’ 새 법안 공개
기업 임원 ‘성과 미달 땐 지급 불가’ 새 법안 공개
“실적 없인 퇴직금도, 보너스도 없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기업 임원들의 과도한 퇴직금과 스톡옵션 챙기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르코지 행정부는 퇴직 임원의 퇴직금 지급에 관한 법안을 새로 정비해 세부방안을 공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이 법안은 △경영진과 주주들이 합의한 ‘성과 기준’에 이르지 못하는 임원은 퇴직금·보너스를 받을 수 없으며 △스톡옵션은 전체직원을 대상으로 할 때에만 지급 가능하다는 점을 뼈대로 한다.
이른바 ‘황금 낙하산’으로 불리는 거액 퇴직금에 대한 논란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지난해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노엘 포르자르 전 공동대표는 EADS 산하 에어버스가 내놓은 신형 비행기 A380의 납기 지연으로 주가가 하루만에 26% 폭락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러나 그는 850만유로(약 106억원)의 퇴직금을 챙겼다. <포브스>는 최근 EADS의 한 소액주주가 포르자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포르자르가 납기 지연 발표 3개월 전에 내부자 거래로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새로운 법안은 시장경제주의자로만 알려진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계에 보낸 ‘러브콜’로 평가되기도 한다. 10일 총선 1차투표를 앞둔 상황에서 ‘윤리적 시장경제’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강조했다는 것이다.
새 법안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경영자 단체인 프랑스기업운동(Medef)은 “거액 퇴직금 제한으로 경영진 보수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주주자문단체의 피에르 앙리 르루아는 “법이 제재할 수 있는 범위는 크지 않다. 기업 임원들은 욕심을 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비관적 반응을 보였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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