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운호퍼연구소의 문서복원 책임자 얀 슈나이더가 9일 슈타지 문서 복원 소프트웨어를 설명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
옛동독 찢어버린 문서 복원에 ‘퍼즐맞추기’ SW 활용
옛 동독의 비밀경찰기구 슈타지(STASI)가 찢어버린 비밀문서 복원을 위해 독일 정부가 컴퓨터를 이용하기로 했다고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방송 보도를 보면, 슈타지 문서 관리를 위해 설립된 ‘구동독문서관리청’은 1만6250여개 자루의 문서 조각을 붙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12년 동안 323개 자루 분량을 짜맞췄다. 그러나 이런 작업속도로는 몇 백년 뒤에나 모든 문서가 복원될 것으로 예상돼 컴퓨터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630만유로를 지원해 베를린의 프라운호퍼연구소에 용역을 맡겼다. 이 연구소는 문서의 색깔, 글자체, 스탬프, 찢어진 모양과 상태 등을 인식해 ‘퍼즐’을 맞추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문서조각들은 찢긴 상태로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져 스캔된 뒤 컴퓨터로 ‘조립’된다. 400개의 자루에 담긴 문서가 앞으로 2년 동안 시범 복원에 들어간다. 괸터 보어만 문서관리청장은 “시범 복원이 잘 진행되면 비밀문서를 전량 복원해 독일 역사의 힘들었던 부분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통일이 임박했던 1989년, 슈타지 요원들은 긴급히 비밀문서 폐기에 나섰다. 슈타지는 당시 동독 인구 3분의 1에 이르는 600만명의 사찰자료를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찰은 배우자, 친척, 친구 등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방대한 양의 문서를 폐기하기에 분쇄기는 부족했다. 슈타지 요원들은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문서들을 갈가리 찢어 자루에 담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슈타지의 에리히 밀케 총수는 마그데부르크의 한 자료보관소에서 요원들에게 이 자루들을 모두 불태우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운반 수단이 충분치 않았다. 결국 분노한 동독인들이 슈타지 건물에 들이닥쳐 지하실, 창고 등에 버려진 문서조각 자루들을 확보해 서독에 넘겼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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