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센들러
유대어린이 2500명 구조 공훈…노벨상 후보 추천
2차대전 당시 나치의 대학살로부터 유대인 어린이 2500명의 목숨을 구한 폴란드인 이레나 센들러(97) 할머니가 뒤늦게 그 공로를 인정받아 폴란드 의회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그는 또 올해 노벨상 후보자 명단에 올랐다.
폴란드 상원은 14일 “나치 이데올로기의 가장 힘없는 피해자인 유대인 어린이들을 구출해냈다”며 센들러 할머니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그는 나치 점령기 목숨을 무릅쓰고 유대인을 도운 많은 폴란드인의 상징”이라며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마땅한 위대한 영웅”이라고 극찬했다.
바르샤바의 한 노인복지시설에서 살고 있는 센들러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훈장 수여식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센들러 할머니는 자신의 도움으로 살아난 한 유대인이 대신 읽은 메시지에서 “나의 도움으로 어린이들이 살아난 것은 나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것이지만, 찬사를 받을 일은 아니다”라며 “나치 학살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 유령이 세계를 떠돌아 그 비극을 잊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사업가였던 센들러는 1940~43년 20여명의 후원자들을 데리고 바르샤바의 유대인 수용소로 몰래 들어가 어린이들을 빼내온 뒤, 폴란드인 가정이나 수녀원, 고아원 등에 맡겼다. 또 어린이들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항아리에 넣어 묻어둠으로써 어린이들이 전쟁 뒤 부모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43년 나치에 체포됐으나 거듭된 고문에도 아이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폴란드 저항세력의 노력으로 간신히 총살형을 면했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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