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헌법재판소가 극우 정당에 대해 국가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23일(현지시각) 극우 정당인 ‘조국’(Die Heimat)당을 국가 지원금 대상에서 6년 동안 제외하라고 판결했다. 앞으로 이 극우 정당은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헌재는 독일기본법 21조 3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 또는 부인하거나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정당은 국가 재정 지원에서 배제된다”는 조항을 판결 근거로 들었다. 헌재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사상 처음이다. 헌재는 조국당이 독일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이주민과 사회적 소수자의 존엄성을 폄훼하려 했다고 판결했다.
조국당은 극우 성향 민족민주당(NPD)을 계승한 정당으로 지난해 조국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지난 2017년 독일 연방 상·하원은 이 정당의 해산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이 극우 정당이 나치당(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을 모방했다고 판단하면서도 해산 판결을 내리지는 않았다. 법원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독일 연방 상·하원은 지난 2019년 법원에 이들 극우 정당의 국가 자금 지원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극우 정당에 대한 헌재의 이번 단호한 결정은 최근 또다른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지율이 20%를 넘기며 세를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독일을 위한 대안 관계자가 이주민은 물론 영주권이 있는 독일 시민까지 강제 추방하려는 모의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낸시 패저 연방 내무장관(사회민주당)은 “우리는 극우적 폭력을 일삼으려는 이들에 대한 단호한 조처를 하고 있다”라며 이날 헌재 결정이 반민주적 세력에 보내는 명확한 신호이고 극우는 독일 민주주의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