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야당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모습. 사진은 2022년 5월 17일 포크로프의 제2교도소(IK-2)에서 법정으로 연결된 화상 화면. 로이터 연합뉴스
수감 중 연락이 끊겼던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북쪽의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발니의 측근 키라 야르미시는 2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에 “나발니를 찾았다”며 “나발니가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하르프 정착촌에 있는 제3교도소(IK-3)에 있다”며 “나발니의 변호인이 그를 면회했고 나발니는 건강하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나발니가 이감된 하르프는 시베리아 북서부 지역에 있는 인구 5천명이 거주하는 곳으로 북극권에 가깝다. 나발니의 동료 이반 즈다노프는 “제3교도소가 러시아 최북단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시설”이라며 “영구동토 지역에 있어 생활 환경이 매우 거칠고 외부 세계와 접촉이 거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발니를 고립시키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발니는 야르미시가 마지막 접견을 했다고 밝힌 지난 6일 이후 외부에 행방이 알려지지 않다가 약 3주 만에 소재가 확인 됐다. 러시아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조직했던 나발니는 지난 2020년 7월 독극물에 중독돼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의 독살 시도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관여되어 있다는 의혹이 나왔으나, 러시아 정부는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법원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열린 일련의 재판을 통해 그에게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 혐의를 적용해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는 이감 전까지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250㎞ 떨어진 제6교도소(IK-6)에 수감 생활을 해왔으나, 법원은 최근 나발니를 더 엄격한 시설로 옮기라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 수감자 이송은 통상 몇 주씩 걸린다. 국토가 넓고 수감자 이송에 주로 열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주 동안 그의 행방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자, 러시아 야당 인사들과 인권 활동가, 미국 등 서방국가 관계자들 사이에 그의 안전을 둘러싸고 우려가 커졌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나발니의 소재가 확인된 것을 환영하면서 나발니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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