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 시내의 카렐대 철학부 건물을 향해 구급차가 달리고 있다. 마르틴 본드라체크 체코 경찰총장은 이날 카렐대 철학부에서 총격이 발생해 14명이 사망하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체코 수도 프라하 중심에 있는 카렐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0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21일(현지시각) 프라하의 카렐대 철학부 건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경찰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범인은 이 학교 학생이었던 24살 남성으로 밝혀졌다. 다친 이들 가운데는 상태가 위중한 이도 있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 있는 사건 당시 영상 속에서는 총격이 벌어진 카렐대의 고층 건물 외벽 좁은 난간에 학생들이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 교직원 등 건물 안에 있다가 미처 밖으로 나가지 못한 이들은 교실이나 사무실 안쪽으로 방어벽을 쳤다. 건물 주변에는 경찰차 수십 대가 깔렸다. 일부 학생들은 경찰 안내에 따라 밖으로 대피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인근 유명 관광지 카를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리 위를 뛰어가며 몸을 피했다.
사건이 벌어진 건물은 프라하 구시가지에 있는 유명 관광지인 얀 팔라흐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매년 관광객 수천명이 몰리는 관광 명소 구시가 광장의 크리스마스 시장과도 가깝다. 경찰은 아직 희생자에 대한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았고 총격범의 범행 동기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체코 내무부는 현재까지 조사 결과 이 사건이 국제 테러단체나 이념적 극단주의자들의 소행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합법적으로 총기 여러 정을 소유 중이었고 범행 당일에는 상당한 수준으로 무장한 채 탄약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총격범은 이날 카렐대에서 범행을 저지르기 전 자신의 고향인 프라하 서쪽 호스토운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총격범이 경찰에 포위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사건 하루 뒤인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밝혔다.
체코는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 비해 비교적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편이다. 인구 1050만 가량인 체코에 등록된 총기만 100만정에 달한다. 앞서 2019년 12월에도 한 42살 남성이 체코 동부 오스트라바의 한 병원에서 총기를 난사해 6명이 사망한 바 있다.
체코 정부는 이주 토요일을 총격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독일, 프랑스, 슬로바키아 등 유럽연합 회원국을 비롯해 미국 등 우방국은 체코에 즉각 애도 메시지를 전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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