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시절 처음 제작된 미그-29 전투기. 베오그라드/AP 연합뉴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식 안보 협정인 ‘키이우 안보 협약’을 체결해 군사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22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 미국 정부와 나토 내에서 이뤄지는 논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여러 관계자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두다 대통령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식 안보 모델을 우크라이나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한 “논의가 지금 진행 중”이라며 이 안보 협정을 통해 서구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첨단 기술을 우선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 당국자도 이 신문에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 동맹국, 파트너들과 그런 모델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두다 대통령은 나아가 지난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이런 협정 맺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9월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이 이러한 구상의 초안을 만들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미국의 충실한 파트너로서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원조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고, 미국도 상호방위조약 등을 통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진 않다. 다만, 미국은 10년짜리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에 군사지원을 한다. 가장 최근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이스라엘에 380억달러어치의 군사 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 우크라이나를 당분간 나토 밖에 두는 대신, 미국 등이 참여한 협정을 통해 군사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두다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와 기술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협정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평화 프로세스’나 협상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이러한 안전 보장을 받았으며 시간이 지나거나 서방의 (전쟁) 피로감으로 인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협정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격퇴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의미이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타협책’이 되지는 않을 거란 얘기다.
신문은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시간이 걸릴 수 있어 그에 앞서 우크라이나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이스라엘 모델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런 구상은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이 매체는 이를 둘러싼 협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를 인용해 “‘키이우 안보 협약’으로 알려진 제안에 기반을 둔 이 안보 협정이 나토 정상회의 이후 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주요 보증인에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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