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동부 최전방 마을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진흙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에프페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주말 크림반도 내 유류 저장고를 공격한 것이 곧 이뤄질 대규모 반격 공세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말 개전 이후 15개월 만에 사실상 처음 크림반도에 대한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5월 중순께로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봄철 대반격’을 예고했다.
나탈랴 후메뉴크 우크라이나 남부 사령부 대변인은 30일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에 전날인 29일 무인기 공격으로 크림반도 내 러시아 흑해함대의 거점인 세바스토폴 내 유류 저장고에 큰 폭발과 불이 난 것과 관련해 “이 작업은 모두가 예상하는 광범위한 전면 공세를 위한 준비 작업”라고 말했다. 불이 난 뒤 러시아 당국은 최고 수준 경보를 발령하며 18개 소방대를 투입했다.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2014년 3월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합병을 선언한 크림반도를 공격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크림반도 내 유류 저장시설을 공격하며 대규모 반격을 예고한 만큼 본격 공세는 현재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동부 돈바스가 아닌 남부 헤르손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곧 대규모 반격 공세가 시작될 것임을 공개 천명하고 있다. 그는 29일 핀란드·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등 서방의 무기 지원 속도와 무관하게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불행히도 (서방 무기 지원 시점과 반격의) 조건이 좀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날씨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며 서방의 무기 지원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반격을 미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0일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최전방 상황 및 5∼6월 전망을 공유하고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영토 보전, 러시아군 철수 등의 내용이 담긴 ‘평화 공식’을 다시 한 번 논의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도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유럽 내 미군을 이끄는 크리스토퍼 카볼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을 만나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카볼리 사령관에게 우크라이나군의 향후 반격 관련 조치에 대한 “시나리오, 위협,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공유했다면서 “이들 과제를 최대한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도 지난 28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준비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방에서 러시아군 용병을 이끄는 바그너(와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30일 러시아 언론인과 화상 인터뷰에서 ‘5월 중순’이면 호우가 멈추고 전차와 포병이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땅이 마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그때쯤엔 시작될 것이라 예측했다. 이어 “우리는 필요한 포탄의 10∼15% 정도만 가지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러시아에 비극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