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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가디언 “설립자가 노예제로 돈 벌었다”…‘정의 복구’ 계획 밝혀

등록 2023-03-29 13:55수정 2023-03-29 15:14

‘노예제 유산 보고서’…“피해 후손에 정의 복구”
소유주 ‘스콧 트러스트’ 회장 “깊이 사과한다”
영국의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각) 19세기 설립자들의 노예제 연루 의혹을 시인하고 160억원이 넘는 규모의 ‘정의 복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가디언 누리집 캡처
영국의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각) 19세기 설립자들의 노예제 연루 의혹을 시인하고 160억원이 넘는 규모의 ‘정의 복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가디언 누리집 캡처

영국의 대표적인 진보 언론 <가디언>이 설립자가 19세기에 노예제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에 사과하고, 피해자 후손을 위해 10년간 1천만파운드(160억원)가 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가디언>을 소유한 ‘스콧 트러스트’는 28일(현지시각) ‘스콧 트러스트의 노예제 유산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런 내용의 후속 조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력 언론이 설립자의 지난 잘못을 밝힌 뒤 공식 사과하고 피해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한국에선 <조선일보> 설립자 방응모와 <동아일보> 설립자 김성수가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지목됐지만, 해당 언론은 이들의 친일행각을 부인하며 사과하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를 보면, 1821년 <가디언>을 창간한 맨체스터의 면화업자 존 에드워드 테일러와 자금을 댄 맨체스터 지역 사업자 11명 가운데 적어도 9명이 섬유업을 통해 노예제와 연관됐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설립자 테일러는 19세기 초 자신이 공동 소유한 ‘셔틀워스, 테일러 앤드 코’를 통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노예노동으로 생산된 면화를 영국으로 수입했다. 당시 송장에는 농장주와 노예 이름도 적혀 있다.

<가디언> 창간 초기 자금을 제공한 조지 필립스는 자메이카에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을 공동 경영했다. 그는 1835년 노예제 폐지 뒤 108명의 인간 재산을 잃었다며 정부에 배상을 요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동업자는 ‘1904파운드 9실링 10펜스’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돈은 현재 가치로 따지면, 20만파운드(3억2천만원)에 해당한다.

스콧 트러스트는 이 결과를 토대로 <가디언>의 설립자·후원자들과 관련된 노예 후손 등에게 10년간 1천만파운드가 넘는 규모의 ‘정의복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농장이 있던 미국 남서부 해안과 자메이카 지역 등에서 주로 시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전문가와 협의해 1년 안에 발표한다. <가디언>은 이와 별도로 미국·영국·카리브해·남아메리카·아프리카 등의 흑인 공동체에 대한 취재 보도를 늘리고, 과거 대서양 양안의 노예제 역사를 탐구하는 기획 시리즈물인 ‘면화 자본’을 연재한다.

올 제이컵 선디 스콧 트러스트 회장은 “스콧 트러스트는 <가디언> 설립자 테일러와 후원자들이 면화 사업에서 한 역할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이런 사실을 있는 그대로 사과하고 공유하는 것은 <가디언>이 노예제와 연관된 역사적 고리를 푸는 첫 단계라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캐서린 바이너 편집국장도 “설립자와 후원자들이 반인륜적 범죄였던 관행을 통해 부를 끌어 모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사과한다”며 "이런 끔찍한 역사가 저널리즘을 통해 인종주의, 불공정, 불평등을 폭로하고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강하게 만들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앞서 스콧 트러스트는 2020년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이 시작된 뒤 설립자들이 노예제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노팅엄 대학과 헐 대학 등에 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의뢰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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