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다가오는 세계 여성의 날(8일) 기념행사를 앞두고 페미니즘 관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스페인이 내각 각료 성비가 여성, 남성별로 각각 최소 40% 이상이 되도록 하는 성 평등 법안을 도입한다. 내각에 성 평등 할당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유럽에서 스페인이 처음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4일(현지시각)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앞두고 열린 스페인 사회노동당(PSOE) 행사에서 “여성이 사회의 절반이라면 정치 권력의 절반, 경제 권력의 절반도 여성에게 속해야 한다”라며 성 평등 법안 도입을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성 평등법은 오는 7일 내각 회의를 거쳐 의회로 보낸다.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효력이 발생한다.
산체스 정부에서 내각 구성원 23명 가운데 부총리 3명과 재무부, 국방부 장관 등을 포함해 14명(61%)은 이미 여성이다. 남성은 현재 내각의 39%를 차지한다. 한 성별이 전체 내각의 최소 40%를 차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번 법안 요건을 만족하게 하려면 내각에 남성을 추가로 기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에는 전국, 지방, 지방자치단체, 유럽 선거의 정당 후보자 명단에 여성, 남성이 ‘동수’여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법에 따라 노동자 수가 250명 이상, 연간 매출이 5천만유로(690억원) 이상인 상장 기업은 경영진의 40%를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 2024년 7월까지 모든 상장 기업이 이사회의 남녀 성비를 각각 최소 40% 이상으로 맞추도록 하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1년부터 대기업을 대상으로 비슷한 법률이 시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1994년 벨기에에서 비슷한 내용의 법이 처음 도입된 바 있다. 당시 법안은 한 성별이 선거 후보자 명부에서 3분의 2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2000년부터 프랑스는 선거인 명부에 성비를 50 대 50으로 균형을 맞추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내각 성비를 50 대 50으로 맞추겠다는 전임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공약을 이어받기로 했지만 아직 법적으로 의무화하진 않았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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