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제95공격여단 소속 우크라이나 군인이 도네츠크 지역 최전선으로 출발하기 전 성경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아에프페(AFP) 연합뉴스
오는 24일 러시아의 전면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맞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시민 중 95%가 ”승리를 확신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비정부 독립 연구기관 ‘레이팅’(Rating)은 지난 6∼7일 크림반도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를 제외한 지역에서 18살 이상 우크라이나 남녀 1000명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여론 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21일(현지 시각) 밝혔다. 신뢰 수준은 95%, 오차범위는 ±3.1%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한다는 시민들의 믿음은 전쟁 직전인 지난해 1월(56%)에 비해 39%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2월24일 침공 열흘 전 70%에서 전쟁 사흘째 88%로 올라갔고 1년이 지난 현재 95%까지 높아졌다.
드니프로 출신 뱌체슬라프(56)는 “우리의 사기가 높기 때문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문명화된 세계 전체가 우리 뒤에 있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의심이 있었지만 사라졌다”고 말했다고 이 연구기관은 밝혔다. 응답자들은 승리의 의미에 대해 “1991년 국경으로 돌아가는 것”, “러시아 연방의 완전한 항복”,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림반도가 없다면 승리가 아니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흐멜니츠키 출신 올렉산드르(37)는 “서방, 미국, 전 세계의 무기 지원”이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준다고 답변했다. 다만 응답자의 63%는 승리를 위해서는 최소 여섯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부심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부심 수치는 전쟁 전(34%)에 비해 전쟁 이후 75%로 올라갔다. 또한 ‘오늘날 우크라이나가 어디에 서 있는지’에 대한 점수는 7점 만점을 기준으로 전쟁 전에는 3.0점이었다가 전쟁 이후 4.6점으로 1.5배 가량 올라갔다. 드로호비치 출신 안나(47)는 “전 세계가 마침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구별”한다고 했다. 응답자의 77%는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자국과 유럽 전체를 보호하고 믿는다’고 답했다. 독립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물음에서는 2021년에 비해 전쟁 뒤인 지난해 수치가 80%에서 97%로 올라갔다. 2012년(62%)에 비해서는 눈에 띄게 높아진 수치다.
모국어가 우크라이나어라고 답한 응답자도 2012년(57%)에 비해 지난해(82%) 눈에 띄게 늘었다. 2012년 러시아어를 모국어라고 답한 응답자는 42%였으나 지난해 이는 14%로 줄었다.
전쟁 이후 군에 대한 신뢰는 65%에서 97%로,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36%에서 90%로 증가했다. 응답자의 87%가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지지 응답은 86%였다.
응답자 3분의 2는 재정 상황이 악화했다고 답했고, 3분의 1은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전쟁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기업과 일자리 회복(60%)을 가장 많이 꼽았고, 피해 재건(55%), 재정 지원(41%), 의료·인도적 지원(37%), 아동 발달 지원(23%) 등이 뒤를 이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인지 응답자의 45%가 ‘현재 인생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동 인구의 3분의 1이 일자리 잃었고, 일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서도 절반은 급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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