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회담 후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에프페(AFP) 연합뉴스
온실가스 배출량 최상위권에 속하는 국가인 인도와 러시아의 외교장관이 8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만나 계속 화석연료를 사고 팔기로 약속했다. 같은날 이집트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세계기후총회∙COP27)에 두 나라의 정상은 불참했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세계에서 원유와 가스를 세 번째로 많이 소비하지만 소득은 높지 않은 나라인 인도는 저렴한 공급원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이 전했다. 인도가 러시아에서 원유를 계속 구매하고 싶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우리에게 러시아는 꾸준하고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된 협력국가”라며 “인도-러시아 관계는 인도에 유리하게 작동해왔다. 그렇다면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도-러시아 외교장관은 올해 들어서만 다섯번째 만났다.
인도와 러시아는 2020년 기준 각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세계 4위(7%) 5위(4.5%) 국가지만,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인도, 러시아 외교 수장들이 만나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연료, 원유 분야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인도는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그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지지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으로 전쟁 발발 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판로가 제한된 러시아산 원유를 이전보다 싼 값에 수입하고 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약 2%에 불과했으나 지난 9월 기준 23%로 훌쩍 뛰어올랐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와 인도는 무기 공동 생산 등 군사 분야 협력도 논의됐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무기 공동 생산을 포함한 군사-기술 협력의 상태와 전망을 상세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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