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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공습에 전기·지하철 끊기고 회사도 문닫아…일상 멈춘 키이우

등록 2022-10-24 17:06수정 2022-10-25 03:45

2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도심 풍경. 건물의 한 가정집에서 희미하게 불빛이 보이는 가운데 다른 집들은 모두 불이 꺼져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기 관련 기반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당국은 손상 복구 등을 이유로 전국에서 순환 단전을 하고 있다. 수도 키이우에도 지난 20일부터 일정 시간 동안 전기가 끊겼다. EPA, 연합뉴스
2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도심 풍경. 건물의 한 가정집에서 희미하게 불빛이 보이는 가운데 다른 집들은 모두 불이 꺼져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기 관련 기반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당국은 손상 복구 등을 이유로 전국에서 순환 단전을 하고 있다. 수도 키이우에도 지난 20일부터 일정 시간 동안 전기가 끊겼다. EPA, 연합뉴스
“오후 4시까지 전기가 끊긴다. 컴퓨터를 켤 수 없으니 전기가 들어온 뒤 얘기하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사는 케이트(34)와의 온라인 대화는 23일 오후 8시께 이뤄졌다. 애초 정오께 연결을 하려 했지만 이날 아침 “정전 중”이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케이트는 “오늘은 낮에 전기가 끊겼는데, 아마 내일은 아침에 서너 시간 동안 단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선 온라인을 통해 자기가 사는 지역에 따라 언제 전기가 끊기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8일 발생한 크림대교 폭파에 대한 보복으로 10일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해 대규모 공격을 개시했다. 그 여파로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정전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트는 이날 화상 통화에서 “불편하긴 하지만 견딜 만하다. 전체 에너지 시설의 30%를 파괴했다고 하는데 우리에겐 70%가 남아있고 그 모든 시설을 다 파괴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10월10일 이후 우크라이나 발전소의 30%가 망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손상된 전력 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순환 단전을 하고 있다.

케이트는 이달 들어 러시아군의 키이우 공습이 다시 시작된 뒤 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한 주에 두어 차례 회사에서 회의를 하기로 했지만 번번이 취소됐다. 시시때때로 울려대는 공습경보 때문이다. “회의가 세 번이나 취소됐다. 그리고 올겨울 대부분 회사가 문을 닫을 것 같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공습경보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사무실을 운영할 경우 전기, 난방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 수시로 울려대는 공습경보도 업무에 지장을 준다. 일하다 말고 매번 대피소로 뛰어갈 순 없는 노릇이다. 4월 초 이후 차츰 일상을 되찾아가던 키이우는 다시 혹독한 겨울을 맞아야 한다.

지난 20일(현지시각) 케이트와 텔레그램으로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케이트는 난방을 위해 가스 오븐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화면 갈무리
지난 20일(현지시각) 케이트와 텔레그램으로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케이트는 난방을 위해 가스 오븐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화면 갈무리

최근 수시로 울려대는 공습경보는 일상도 마비시킨다. “수영장에 5분 들어가 있었는데 사이렌이 울려서 들어가자마자 나와야 했어”, “이따가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공습경보 때문에 지하철이 안 다녀. 어떻게 하지? 아무래도 택시를 타야겠어.”

케이트를 비롯한 많은 시민은 공습경보가 울려도 집에 머문다. 바로 근처에 지하철역이 대피할 수 있겠지만 그 많은 시민이 한꺼번에 들어가기에 대피소는 비좁기 때문이다. “지하철 대피소는 화장실이 딱 한 개밖에 없어.”

사흘 전쯤에는 종일 집에서 일하고 있는데 낮에 아직 중앙난방이 들어오기 전이라 추웠다고 했다. 고민 끝에 요리할 때 쓰는 오븐을 켰다. 달궈진 오븐 문을 열자 온기가 조금씩 집안으로 퍼졌다. “너무 추우면 주방에 가면 돼. 오븐을 켜 두면 주방은 엄청 더워. (웃음)” 23일 저녁 케이트와 대화할 때는 중앙난방이 가동됐다. “엄청 따뜻하진 않지만 없는 것보단 낫지.” 수도 키이우의 사정은 러시아군 공격으로 도시가 초토화된 동남부 지역보다 양호한 편이다.

케이트는 최근 총기 소지 자격을 딸까 고민하고 있다. 동료에게 사격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생일 선물’로 달라고 했다. “러시아군이 날려 보내는 드론이 보이면 총으로 쏴서 없애버리고 싶어.” 우크라이나에서는 민간인이라도 소지 자격을 획득했다면 개인적으로 총을 가질 수 있다. 농담이 섞인 말이었지만 케이트는 실제로 총을 쏘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했다. “우리에겐 (전쟁에서 이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

베를린/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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