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대가 16일(현지시각) 파리 바스티유 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물가인상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은 이날 수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파리 도심에서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등 좌파 야당의 주도로 열린 시위에 참가해 정부에 ‘인금 인상’ 등 고물가 대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시위는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이에 맞서 경찰도 최루가스를 발사하면서 격렬하게 진행됐다. 일부 시위 참여자는 2018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의 상징인 ‘노란 조끼’를 입고 나섰다.
이날 시위는 물가 인상과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위 조직위원회가 밝혔다. 시위 조직위에선 14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3만명으로 추산했다.
장 뤽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대표는 이날 시위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해 정부가 최근 위기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프랑스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시위 참여자는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손에 닿지 않는다. 우리는 세금을 내고 있지만,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되고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선 지난달 27일부터 석유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전국의 주유소 3분 1이 휘발유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그로 인해 주유소에선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물가가 6% 이상 오르며 국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60대의 한 은퇴한 주민은 물가가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생필품을 살 때마다 가격표가 잘못 적힌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정부는 이번 시위의 향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대선 당시 퇴직연금 적자를 줄이기 위해 현행 62살인 퇴직 나이를 더 늦추는 개혁을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시위가 격화할 경우 퇴직연금 개혁을 올해 말부터 시작한다는 일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한 여당 의원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개혁의 필요성과 화난 국민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유업체 파업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일부 노동조합은 회사와 임금인상 등에 합의해 올해 안에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노조에선 협상안을 거부해 여전히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전날 현지 방송에 출연해 파업사태가 계속되면 노동자들의 업무 복귀를 명령하는 강제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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