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운데)가 27일 스톡홀름에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가스 누출 사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각국이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천연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 2에서 잇따라 확인된 가스 누출을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 파괴 공작’으로 규정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의 테러 공격”이라고 주장했으나, 다른 유럽 국가들은 누가 벌인 짓인지라고 아직 단언하지는 않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8일 트위터에 “지금은 사건을 조사해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럽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어떤 방식으로든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가능한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다”는 글을 올렸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훼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27일 덴마크와 스웨덴 당국은 발트해 밑을 지나는 노르트스트림1, 2 가스관에서 잇따라 가스 누출이 확인돼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가스관은 현재 모두 가동되지 않고 있으나 안에 가스가 차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27일 가스 누출이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 행위라는 것이 당국의 평가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다만,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보는 없다”며 누출이 공해상에서 있었기 때문에 덴마크에 대한 공격이라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도 가스 누출 원인에 대해 “아마도 사보타주(파괴 공작)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웃 국가인 노르웨이가 “우리에게 북해에서 무인기(드론) 활동 증가와 이와 관련해 취한 조처에 대해 알려왔다”고도 덧붙였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도 이번 사건을 “사보타주”로 규정했다. “러시아의 가스 지배는 끝나가고 있다”며 “협박과 위협 그리고 착취로 점철된 시대였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를 포함한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하는 것을 꼬집은 발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 가스 누출이 “러시아가 계획한 테러리스트 공격이며 유럽연합에 대한 적대 행위”라며 “러시아가 유럽의 경제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겨울 전에 패닉을 일으키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가스 누출로 당장 유럽 가스 공급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지난 8월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건설이 완료됐으나,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독일이 승인을 취소해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겨울을 앞둔 유럽 가스 공급 상황 불안정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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