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부도시 이제브스크의 제88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러시아에서 미국형 총기난사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러시아 중부도시의 학교에서 26일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해 17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중부 이제브스크의 제88학교에서 이 학교 출신의 청년이 총기를 난사해, 11명의 어린이 및 2명의 교사와 2명의 경비원 등 모두 11명이 숨졌다. 부상한 24명 중 22명이 어린이다.
범인인 아르텐 카잔체프(34)는 이 학교 학생이었다. 그는 이날 범행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권총 두 자루로 무장하고는, 이날 범행을 저질렀다고 수사관들은 밝혔다.
수사관들이 공개한 범행 현장의 동영상에는 학교의 복도 위에 있는 사망한 범인은 나치 상징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방한모를 쓰고 있다. 나치 상징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으로 봐서, 범인이 극우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될 수도 있다.
범인은 검은색 옷을 입었고, 자신의 권총에 “증오”라는 단어를 새겨놓았다. 1999년 미국 콜롬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때 범인들의 행적을 따라 한 것이다.
범행 당시 찍힌 동영상을 보면, 범인이 난사한 총으로 복도에는 피가 흐르고 창문 등에 탄환이 박혀 있고, 학생들은 책상 밑으로 숨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비인간적인 테러 공격”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대변인이 밝혔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학생들이나 졸업생이 학교로 와서 총기 난사 사건이 빈발했다. 2021년 5월11일 러시아 서부 타타르스탄의 카잔의 학교에서 총기난사와 폭탄 투척으로 11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 그해 9월20일 러시아 중부도시 페름크라이의 페름주립대학교에서도 테러 공격이 일어나, 6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했다.
올해 초 러시아 치안당국은 카잔학교 페름주립대 사건에 ‘콜롬바인운동’이라는 불법단체가 연관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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