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톱가수 알라 푸가체바가 2014년 12월22일(현지시각) 모스크바의 한 시상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과 함께 사진 촬영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의 톱 가수 알라 푸가체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18일(현지시각) 푸가체바가 러시아 당국에 자신을 “외국 스파이”라고 선언해달라고 자청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이는 코미디언이자 가수·방송 활동가인 남편 막심 갈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비판해 온 것에 대한 공감이자 연대의 표현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갈킨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판한 뒤 “외국 스파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푸가체바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남편이 “허황한 목표를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죽는 것을 그만두길 원한 진정한 러시아의 애국자”라면서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의 허황한 목표가 우리 나라를 부랑자로 만들고 우리 시민의 삶을 매우 위태롭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편은 “조국의 번영과 평화, 자유언론”을 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외국 스파이라는 말은 러시아 정부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언론 매체나 단체, 개인을 매도할 때 쓰는 명칭이다.
푸가체바는 지난 수십년 동안 러시아에서 활동해 온 뮤지컬 스타다. 1960년대 소련 시절 가수 생활을 시작해 명성을 얻었으며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한 뒤엔 러시아의 최고 가수로 활동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만났다.
푸가체프와 그의 남편 갈킨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한 달 뒤 이스라엘로 갔다. 이후 푸가체프는 지난달 말 아이들과 함께 러시아로 돌아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번 달 초 갈킨에 대해 “우리가 가는 길을 분명히 달라졌다. 갈킨은 매우 나쁜 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유엔(UN)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적어도 5718명의 민간인이 죽고 8199명이 다쳤다. 또 700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이 전쟁을 피해 유럽 각지로 나와 난민이 됐다. 실제 민간인 사망자는 집계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군인 사망자 역시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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