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혁명기념일 기념 불꽃놀이가 열리는 가운데 에펠탑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인 파란색과 노란색 조명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에 빠진 유럽 주요국들이 가스·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수영장을 임시 폐쇄하고 늦은 밤 주요 시설에 조명을 끄고 있다. 스페인은 일정 기온 아래에서 에어콘을 켜지 못하게 했고, 독일은 시민들에게 샤워를 5분 안에 끝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기와 가스를 교환하는 ‘에너지 품앗이’를 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유로뉴스>는 6일 “에너지 비용이 치솟으면서 프랑스에 있는 수영장 수십 곳이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수영장은 보통 천연가스를 활용해 가동되는데, 소비 에너지가 상당해 치솟는 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프랑스의 스포츠·레저 기업인 ‘베르 마린’은 수영장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이 1500만유로(약 206억원)에서 1억유로로 올라 29개 수영장을 폐쇄하기로 헸다고 밝혔다. 수영장이 임시로 문을 닫는 바람에 직원 2천명 가운데 600명이 실업 상태에 빠지게 됐다.
6일파리 남서부 외곽에 있는 한 시립 수영장 입구에 치솟는 에너지 가격 때문에 수영장을 임시 폐쇄한다는 공지가 붙었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와 독일은 에너지 품앗이에 나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 프랑스가 겨울철 에너지 배급제나 정전을 피하려면 에너지 사용량의 10%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통화한 뒤 기자회견에 나서 두 나라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전기와 가스를 나눠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겨울철 가스 소비가 많은 독일에 프랑스가 전기를 보내고, 독일은 겨울철 전기 소비량이 늘어나는 프랑스에 전기를 보내는 방식이다.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유로뉴스>는 5일엔 프랑스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도시의 공공 건물과 기념물의 조명을 끄기로 했다고 전했다. ‘빛의 축제’로 유명한 프랑스 남동부 도시 리옹은 다리, 교회, 박물관 등에 켜는 조명을 일주일에 4차례 끈다. 독일도 이미 해가 진 뒤 유명 관광지를 밝히던 조명을 끄거나 빛의 강도를 줄이고 있다. 대성당으로 유명한 독일 쾰른시는 밤 11시가 되면 대성당, 축구 경기장, 시청, 다리 등 명소를 비롯해 공공건물의 조명을 끄고 가로등 불빛도 어둡게 한다.
올해 극심한 열파로 고생한 스페인에선 ‘에어컨 가동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스페인 정부는 사무실이나 상점 등에서 여름철 온도가 27℃를 넘지 않을 때 에어컨을 켜는 것을 금지했다. 지난달엔 겨울철 기온이 19℃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을 때 난방을 가동하는 것도 금지하기로 했다.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도 출입문을 연 채로 에어컨을 가동하는 상점에 범칙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독일도 시민들에게 목욕 줄이기, 샤워는 5분 안에 끝내기, 에어컨 사용 줄이기를 요청하고 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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