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인사이트] 집중기획
주택담보대출의 덫 ② 부유층의 부동산 사재기
주택담보대출의 덫 ② 부유층의 부동산 사재기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서 바라본 프랑크푸르트 시내 스카이라인. REUTERS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서 바라본 프랑크푸르트 시내 스카이라인. REUTERS](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40/279/imgdb/original/2022/0902/20220902_60155.jpg)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서 바라본 프랑크푸르트 시내 스카이라인. REUTERS
원리금 매달 1579유로→2000유로 훌쩍…“더는 감당 못해”
![옛 동독 지역인 베를린 빌헴슈트라세의 한 아파트. 금리가 오르면서 빚내어 집을 구매한 사람이 갚아야 하는 총원리금도 함께 늘었다. REUTERS 옛 동독 지역인 베를린 빌헴슈트라세의 한 아파트. 금리가 오르면서 빚내어 집을 구매한 사람이 갚아야 하는 총원리금도 함께 늘었다. REUTERS](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40/304/imgdb/original/2022/0902/20220902_98312.jpg)
옛 동독 지역인 베를린 빌헴슈트라세의 한 아파트. 금리가 오르면서 빚내어 집을 구매한 사람이 갚아야 하는 총원리금도 함께 늘었다. REUTERS
집값은 연일 최고치…베를린 주민 싹쓸이 탓
빌크 므로스는 공무원이며, 지자체 포츠담미텔마르크의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이날 오전 화가 복받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군 행정 건물 9층의 한 사무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중이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포츠담미텔마르크에서 이뤄진 전체 주택 및 부동산 매매거래를 정리한 부동산시장 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남서부에 있는 포츠담미텔마르크군(郡)은 북동쪽으로 베를린시와 바트벨치히에 인접해 있다. 면적 2600㎢에 인구는 21만8천 명이다. 포츠담미텔마르크군은 독일 군 단위에서 면적이 제일 넓고 전입인구도 늘어나는 곳 중 하나다.
“부동산시장은 모든 분야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21년 10억유로 이상 주택과 부동산 거래량이 무려 40% 이상 늘어났다.”, “부동산 거래량과 거래액, 그리고 거래면적 모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부동산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기뻐해야 할 대목은 전혀 없다. ‘비싼’ 몸이던 포츠담미텔마르크군은 어느새 ‘아주 비싼’ 몸이 됐다. 2021년 브란덴부르크주 팜파, 베르더, 슈빌로브제, 미헨도르프 혹은 슈탄스도르프의 단독주택 평균 매매가는 100만유로(약 13억원)에 육박했다.
베를린 주민이 베를린 주변 지역 이외에도 ‘수도권 지역’을 앞다퉈 차지하고 있다. 빌크 므로스는 현재 포츠담미텔마르크군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자본주의를 보고 있다”고 했다. 지역주민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탐욕자본주의 말이다. 므로스는 어느 순간 “포츠담미텔마르크군에는 내 집 마련에 100만유로를 조달할 수 있는 사람만 남을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이는 생각보다 더 빨리 현실로 닥칠 수 있다. 하노버 인근 모델하우스 상담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 주 전 어느 일요일, 화창한 날씨에도 모델하우스를 찾은 이는 78명에 불과했다. 예전에 방문객 수는 두 배 수준이었다. 상담사들은 방문객 없이 파리만 날리는 모델하우스 사무실에서 지루한 듯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한 상담사에 따르면 연초 이후 모델하우스 비즈니스는 상당히 위축돼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상담사는 금리인상의 여파가 “피부로 와닿는다”고 호소했다. “여기 모델하우스 비즈니스는 한마디로 죽은 것 같다.”
인근에서 슈바벤하우스 건설사의 모델하우스도 파리를 날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슈바벤하우스의 에르하르트 퀴네 영업이사는 앞의 상담사처럼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다. 중산층은 현재 부동산 거래를 자제할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신 새로운 고객층이 생겨날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 네 번째로 집 매매를 계획하는 중장년층이 새로운 부동산시장 고객층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실거주용이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집을 사려 한다. “대출을 끼지 않고 100% 현찰로 집을 매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 써야 할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이 넘쳐난다”고 했다.
퀴네는 까다로운 고객층에게 ‘실렉션(Selection) 245’라는 조립식 건축물을 선사하려 한다. 슈바벤하우스가 선보이는 조립식 건축물에는 전용면적 245㎡에 친환경 루프톱(옥상), 운동공간, 최첨단 사무공간, 최신 스마트홈 기술이 집약돼 있다. 간이 차고와 아웃도어 주방도 당연히 포함됐다. 전체 설비를 포함한 집값은 100만유로는 족히 된다.
슈바벤하우스 건설사는 슈바르츠발트 지역에 최근 투명한 유리 통창으로 된 엘리베이터를 탑재한 단독주택을 지었다. 과거엔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이런 단독주택이 요즘에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고 퀴네는 말했다. 다만 이런 단독주택의 주고객층은 과거처럼 젊은층이 아니라 부유한 고령층이라고 한다. 독일에서 부유한 고령층이 점점 늘고 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비즈니스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퀴네는 말했다. 2021년 한 해에만 슈바벤하우스의 매출은 47% 늘었다고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전경. 금리인상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REUTERS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전경. 금리인상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REUTERS](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40/304/imgdb/original/2022/0902/20220902_28898.jpg)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전경. 금리인상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REUTERS
상속 외엔 답 없어…부동산 문제 ‘사회적 폭발물’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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