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가 25일(현지시각) 수도 리가에 남아있는 옛 소련 ‘붉은 군대’의 승리를 상징하는 방첨탑을 철거하는 장면. 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여섯 달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동유럽 국가들이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잔재 지우기에 나섰다.
라트비아가 25일(현지시각) 수도 리가에 남아있는 옛 소련 ‘붉은 군대’의 승리를 상징하는 방첨탑을 철거했고 이를 생중계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라트비아는 러시아와 214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날 행사는 라트비아 의회가 지난 5월 나치 독일을 상대로 승리한 옛 소련 붉은 군대의 승리를 상징하는 기념물을 철거하는 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에이피>는 “리가의 승리 공원 인근에서 큰 기계가 포착됐다”며 “리가 중심에 높게 솟아있던 80m 높이 방첨탑은 근처 연못으로 쓰려졌다. 탑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라트비아 언론은 이날 행사를 생중계했다. 시민들은 어깨에 라트비아 국기를 두른 채 러시아의 잔재가 사라지는 행사를 보러 몰려나왔고 철거 장면을 보면서 응원하고 박수를 쳤다.
이날 라트비아 당국이 철거한 방첨탑은 1985년 라트비아가 소련에 속해있던 당시 지어졌다. 탑 꼭대기에 소련을 상징하는 별 3개가 달려 있으며, 소련 붉은 군대의 승리를 상징하는 주요 건축물 중 하나다. 라트비아에는 러시아인 상당수가 거주하고 있는데, 매년 러시아 승전 기념일이 되면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쥔 소련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사람들이 꽃을 들고 모이곤 했다.
1991년 라트비아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 회원국이 된 이래로 라트비아 사회에서는 소련 잔재를 없앨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라트비아가 “리가 소비에트 점령의 상징 중 하나를 끌어내렸다”며 “한 역사의 고통스러운 한장을 덮고, 더 나은 미래를 찾아가는 일”이라고 적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유럽 일부 국가들은 공산주의 시대 상징물 철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4일 폴란드는 소비에트 붉은 군대의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물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와의 국경에서 가까운 도시에 있는 소련 기념물을 철거하고 탱크 모형은 수도 탈린에 있는 한 전쟁 박물관으로 옮겼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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