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현지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에 도착해 크리스챠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숄츠 총리는 사흘 일정의 캐나다 방문길에 나섰다. AP 연합뉴스
독일 연정 내부에서 올해 가동 중단 예정인 원자력발전소 3기의 수명 연장 문제를 놓고 핵심 당국자들간 이견이 노출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연정을 구성하는 사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 등 3자간 정책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로버트 하베크 경제·환경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각) ‘정부 개방의 날’ 행사에서 시민들과 만나, “원전 3기의 수명을 연장해도 기껏해야 줄어드는 천연가스의 2%만 충당할 수 있다”며 원전 수명 연장에 부정적인 태도를 내보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런 정도의 미미한 효과를 위해 어렵게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 탈핵·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가 얻어낼 에너지가 별로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인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계기로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해 올해 탈원전 정책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 마지막 남은 남부 바이에른주의 이자르 2호기와 바덴-부르템베르크주의 네카르베스타임 2호기, 니더작센주의 엠슬란트 등 3기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유럽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이에 따른 에너지난에 대응하기 위해 당분간만이라도 남은 원전 3기의 폐쇄 결정을 보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탈원전을 지지하던 국민 여론도 최근 원전 수명연장에 우호적인 쪽으로 바뀌고 있는 흐름이다. 독일 신문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최근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약 60%가 원전 수명연장에 찬성했다.
하베크 장관의 이날 발언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원전 가동을 연장해도 실효가 별로 없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뜻을 밝힌 것이다. 하베크 장관은 녹색당 소속으로, 녹색당의 뿌리는 1970년대 80년대 시민사회에서 광범하게 일었던 반핵운동이다.
그러나, 재무장관 크리스티안 린트너는 이날 행사에서 에너지난에 대처하기 위해선 석탄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는 것보다 원전 3기의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너무 까다롭게 굴 일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전 가동 연장이 현 상황에서는 “몇 년 정도”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린트너 장관은 친기업적인 보수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 대표다.
사민당 출신으로 녹색당과 자민당을 포함한 ‘신호등 연정’을 이끌고 있는 올라프 숄츠 총리는 몇 주 안에 나올 ‘에너지 수급 전망 보고서’를 보고 원전 수명연장 문제를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그렇지만 원전 수명연장을 결정하더라도 “우리의 도전 과제(에너지난)을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하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프랑스가 원전 부활을 선언한 뒤에도 기계적 결함과 관리 소홀 등을 포함한 여러 안전상의 문제로 많은 원자로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며 “원자력이 그리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웃 프랑스에서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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