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사람들이 지나가는 뒤로 우크라이나의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전투로 파괴된 모습이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군이 “지쳐서 힘이 빠진 상태”라고 영국의 해외정보 책임자가 21일(현지시각) 말했다.
영국 정보기관 ‘엠아이6’(MI6)의 책임자인 리처드 무어는 이날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아스펜 안보 포럼’에 참석해 최근 러시아군의 승리는 “작은 것”이라고 평가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앞으로 몇주 동안 갈수록 인력과 물자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우리의 평가“라며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휴식을 취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가 반격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보 책임자가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세에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능력은 상당 부분 서방의 무기 지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전세의 향방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략을 “2차 세계대전 이래 유럽에서 벌어진 가장 추악한 벌거벗은 공격”이라며 러시아가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체포하고 수도 키이우를 점령한다는 등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역사적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전투의 승리로 유럽이 이길 수 있는 전쟁을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앞두고 있다”며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지원해야 할 또 다른 이유로 중국을 들었다. 그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매처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적어도 유리한 입지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정보요원 400명이 유럽 곳곳에서 추방됐다며 러시아의 정보능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선 전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윌리엄 번스와 마찬가지로 “그런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에 어떠한 환상도 없다”며 현재 영국 정보기관이 중국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는 단일 주제는 없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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