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6월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어기고 총리 관저에서 음주 파티를 벌였다는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불명예 퇴진할 뻔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또다시 거짓말 논란으로 곤경에 처했다.
영국의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각) 불과 몇 분 간격으로 잇따라 존슨 총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장관직 사의를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수낙 장관은 트위터에 “대중은 정부가 제대로, 유능하게, 진지하게 일을 할 것을 당연히 기대한다”며 “이런 기준은 싸워 지킬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나는 사임한다”고 말했다. 자비드 장관은 “존슨 총리의 지도력으로는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당신은 나의 신뢰를 잃었다”고 썼다.
두 장관이 연달아 사임한 배경에는 존슨 총리가 지난 2월 집권 보수당 원내 부대표에 임명한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이 있다. 핀처 의원은 지난주 존슨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어떤 모임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당혹스럽게 했다”며 사의를 표했다. 영국 언론은 당시 핀처 의원이 술에 취해 남자 몇명의 몸을 더듬었다고 보도했다. 임명 책임을 추궁당할 처지에 놓이자, 존슨 총리의 대변인은 핀처 의원에게 편지를 받기 전에는 그가 구체적으로 무슨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사이먼 맥도널드 전 외교부 사무차관이 나서 “핀처 의원이 2019년 외교부 부장관 시절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사과한 사실이 있으며 존슨 총리도 당시 사건에 대해 보고받아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존슨 총리는 그 사안을 알고 있었으며 2019년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 “통렬히 후회한다”고 물러섰다. 다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버텼다.
이에 수낙 장관과 자비드 장관이 동시에 사의를 밝히며 ‘파티 게이트’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존슨 총리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존슨 총리는 이날 늦은 밤 나딤 자하위 교육부 장관을 재무부 장관으로, 스티브 바클레이 비서실장을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후속 인사를 단행하며 즉각 수습에 나섰다.
영국 정치권에선 존슨 총리 시대는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드디어 보수당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당 분위기도 썰렁하다. 신임투표 뒤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규정을 바꿔 다시 신임을 묻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6일 ‘파티 게이트’ 파동으로 보수당에서 불신임투표를 받았다. 당시 신임 211표, 불신임 148표로 살아남았으나 지도력에 큰 상처를 받았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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