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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IS 전투원 가족 집단 귀국 첫 허용

등록 2022-07-06 14:13수정 2022-07-06 14:59

2019년 ‘이슬람국가’ 패망 뒤 수용소 생활
외교부 “부인 16명과 아이 35명 데려와”
이슬람국가 지하드의 가족들이 수용된 시리아 북동부 로지 수용소. 2021년 3월 28일 촬영했다. AFP 연합뉴스
이슬람국가 지하드의 가족들이 수용된 시리아 북동부 로지 수용소. 2021년 3월 28일 촬영했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가 시리아 북동부의 수용소에 있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전투원의 부인 16명과 자녀 35명의 귀국을 허용했다. 2019년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마지막 점령지에서 쫓겨나 사실상 패망한 이후 프랑스 정부가 이슬람국가에 가담했던 이들의 가족에 대해 귀국을 허용한 것은 처음이다.

프랑스 외교부는 5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프랑스는 오늘 시리아 북동부의 수용소에 있던 프랑스인 미성년 아이들 35명을 우리나라에 데려왔다. 여기에는 같은 수용소에 있던 이들의 어머니 16명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귀국한 어머니들은 22살에서 39살 사이이며, 숨진 이슬람국가 전투원의 부인들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2019년 이슬람국가 패망 이후 시리아 북동부에 세워진 수용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이어왔다.

프랑스 외교부는 “아이들은 어린이보호기관에 맡겨지고 어머니들은 사법 당국에 넘겨진다”고 밝혔다. 사법 당국에 넘겨진 이들은 조사를 거쳐 테러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이번에 귀국한 이들 중 프랑스 북서부 출신 에밀리 코니그(37)는 서구의 지지자들에게 테러 공격을 촉구한 선동가로 악명을 떨쳤다.

이슬람국가가 2010년대 이라크와 시리아를 중심으로 점령지를 넓혀가자, 유럽에서도 몇천명에 달하는 지지자들이 부인과 아이 등 가족을 이끌고 시리아와 이라크로 향했다. 그러나 2019년 이슬람국가가 패망 뒤 가족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채 현지의 수용소에 수용됐다.

그동안 유엔 등 국제 인권단체에서는 열악한 수용소 환경 등을 이유로 유럽에 이들의 본국 송환을 포함한 인도적 조치를 권고했고, 이에 따라 독일과 벨기에 등 많은 유럽국가가 이들을 본국으로 데려왔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레타 테일러는 “2019년 이슬람국가 패망 이후 1천명 이상이 유럽으로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들의 귀국에 부정적이었다. 그동안 고아가 됐거나 어머니가 귀국에 동의한 미성년 아이들만 개별 심사를 거쳐 일부 입국을 허용했다. 이들의 어머니를 포함한 성인 여성에 대해서는 “테러 용의자인 만큼 범행을 저지른 곳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송환을 거부했다.

이런 완강한 태도는 2015년 11월 파리에서 이슬람국가의 테러로 130명이 숨지는 등 잇따른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탓에 이들에 대한 국내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이들의 송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도 마린 르펜이 속한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 “이들을 프랑스로 데려오는 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 2월 성명을 내어 “프랑스가 몇 년째 수용소에 억류된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비인간적 위생환경에서 먹고 마실 것을 포함한 기본 생필품도 없이 당장 목숨을 위협받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프랑스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해엔 시리아 북동부의 로지 수용소에서 프랑스 국적의 여성 10명이 프랑스 정부의 송환 거부에 항의하며 단식투쟁을 했다. 몇 달 뒤엔 이곳에 수용됐던 프랑스 여성이 심한 당뇨를 앓다가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숨졌다.

프랑스 국내에서도 인권단체와 가족들이 나섰다. 프랑스 여성 파스칼 데캉은 네 아이의 엄마인 딸이 결장암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항의 단식을 벌였다. 그의 딸은 2015년 남편에 이끌려 아이들과 함께 이슬람국가에 합류했다. 남편이 숨져 다른 이와 재혼했으나 그도 숨졌다.

이들의 송환 조처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총선도 끝난 상황이어서,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 것도 배경으로 보인다. 수양딸이 네 아이와 함께 수용소에 있다는 마르크 로페스는 <아에프페>에 “전면적인 정책 변화”라며 “아직 남아있는 다른 이들도 돌아오길 바란다. 몇 년째 계속되어온 상황을 방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북동부 시리아에는 프랑스 국적의 여성 65명과 아이들 165명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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