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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칼리닌그라드행 열차 막자…러, 연일 “보복” 위기 증폭

등록 2022-06-22 22:42수정 2022-06-23 02:39

리투아니아, 일부 열차 차단 계속
러 “영토 간 물자이동, 제재대상 아냐
가까운 장래에 적절 대책 취할 것”
발트 함대 미사일 부대 등 훈련 개시
나토와 충돌…우크라 전쟁 확대 우려
21일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접한 리투아니아 도시 키바르타이에 있는 역에 화물열차가 정차해 있다. EPA 연합뉴스
21일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접한 리투아니아 도시 키바르타이에 있는 역에 화물열차가 정차해 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트해에 면한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싼 위기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 지역으로 향하는 열차 통행을 막는 리투아니아 등을 겨냥해 군사 훈련을 벌이는 등 경고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는 21일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일부 화물열차 통행을 리투아니아가 나흘째 막고 있는 것에 대해 이틀에 걸쳐 보복 조처를 거듭 다짐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안보위원회의 의장은 이날 칼리닌그라드를 방문해 “러시아는 적대적 행위들에 대해 확실히 대응할 것이며, 적절한 대책들을 가까운 장래에 취할 것이다. 그 결과는 리투아니아 주민들에게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전날 “러시아는 국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취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국방부도 같은 날 이 지역의 훈련장 여러곳에서 발트함대의 미사일 부대 등 1000명이 참가한 훈련을 개시했다.

칼리닌그라드는 프로이센의 발상지로 ‘쾨니히스베르크’라 불렸던 독일 영토였지만, 옛 소련이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뒤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하지만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리투아니아가 독립하면서 러시아 본토와 떨어진 역외 영토가 됐다. 러시아는 이후 벨라루스와 리투아니아를 통과하는 육로로 물자 수송을 해왔다.

이 지역에서 사달이 나기 시작한 것은 리투아니아 철도당국이 17일 칼리닌그라드 철도당국에 “18일부터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 물품은 리투아니아를 경유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부터였다. 운송 중단 품목은 건설 자재, 콘크리트, 금속 등으로 리투아니아를 경유하는 전체 화물의 50%가 넘는다고 러시아가 밝혔다.

러시아의 잇따른 위협에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1일 리투아니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연합의 대러 제재를 실행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법적인 측면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나아가 칼리닌그라드가 완전히 봉쇄된 것도 아니고, 제재 대상이 아닌 물자의 수송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리투아니아의 조처에 대해 물자와 사람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2004년 러시아와 유럽연합이 맺은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러시아에서 생산된 물자를 러시아 영토로 보내는 것이라서 유럽연합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보렐 대표의 “재확인” 발언에 대해 불필요한 분쟁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르쿠스 에더러 주러시아 유럽연합 대사도 22일 러시아 외교부에 초치된 자리에서 “평정을 유지하고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자”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양쪽이 외교적 타협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럽 강경파들이 리투아니아가 유럽연합의 대러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는데다, 러시아가 그동안 이 지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 사이에 자리한 칼리닌그라드는 유럽을 가장 가까이에서 위협할 수 있는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다. 부동항인 칼리닌그라드에는 러시아 발트함대의 사령부가 있고,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미사일인 ‘이스칸데르’도 배치돼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4일 칼리닌그라드에서 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뮬레이션 연습을 진행했다.

러시아는 보복을 다짐하고 있지만, 리투아니아가 지난달 말 에너지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에 ‘대응 카드’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리투아니아는 나토의 집단안보 조항이 적용되는 회원국이기 때문에 ‘수바우키 회랑’이라고 불리는 약 80㎞ 접경지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하기도 쉽지 않다. 자칫하다간 러시아와 나토의 전면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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