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노동자가 지난 2일 그리스의 북부 코자니 인근의 탄광에서 굴착장비에 서 있다. AP 연합뉴스
독일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예정이던 석탄발전소 발전을 다시 늘릴 방침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에 대응한 조처이다.
독일 경제부는 19일(현지시각) 이런 내용의 긴급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법안에는 폐쇄된 석탄발전소의 재가동을 허용하는 내용과 천연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가스공급에 경매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로버트 하벡 경제부 장관은 “가스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벡 장관은 길면 2년까지 가동 중단했던 석탄발전소에서 임시로 최대 10기가와트 전력을 다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독일의 석탄발전은 40기가와트가 넘어서게 되며,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분의 1로 늘어나게 된다.
독일은 에너지 소비를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해왔다. 가정의 30%가 천연가스를 난방용으로 쓰며, 독일 전체 발전량의 15%가 천연가스로 생산된다. 러시아는 이들 천연가스의 55%를 공급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제재에 반발해 천연가스 수출을 줄이면서, 독일 수출량도 60%가 줄었다. 독일은 천연가스 수입처를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전환하고 있으나, 줄어든 물량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하벡 장관은 “상황이 심각하다. 우리를 곤란하게 하고 천연가스 가격을 부추기고 우리를 분열하기 위한 푸틴의 전략이다. 우리는 이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석탄발전소 재가동은 독일의 기존 환경정책과 어긋난다. 독일은 천연가스보다 훨씬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소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할 방침이었다. 독일은 4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소 3기도 있지만 올해 말까지 폐쇄할 예정이다. 애초 이들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기술적 장벽과 안전상의 문제가 너무 커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발전소 재가동은 우선 겨울철을 앞두고 천연가스 보유량을 비축탱크의 56%에서 90%까지 늘리기 위한 것이다. 하벡 장관은 “가능한 한 많은 가스를 저장해놓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그렇지 않으면 겨울에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독일은 또 기업의 천연가스 사용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경매제를 도입한다. 정부 관계자는 “천연가스 소비를 줄이는 기업에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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