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에서 무리 지어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떼.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흑해에 서식하는 돌고래 수천 마리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우크라이나·불가리아·루마니아·터키 해변으로 숨진 채 떠밀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 타임스>는 2일(현지시각)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관찰된 돌고래의 돌연한 떼죽음에 대해 러시아 해군의 우크라이나항 봉쇄 등으로 흑해가 전쟁터로 변하면서 이곳에 서식하던 개체들이 희생됐을 것이라는 관측을 전했다. 과학자들은 우크라이나 주변 해상에서 진행되는 전쟁이 흑해 자연환경에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타격을 줘 돌고래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불가리아·터키에서 이뤄진 최근 연구들을 보면, 바다에 떨어진 포탄이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타격하고 또 가라앉은 배에서 나온 기름과 포탄에 함유된 각종 화학물질이 바다환경을 훼손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환경학자 이반 루세프는 “전쟁 이후 수집한 자료는 돌고래 수천 마리가 죽었다는 걸 보여준다”며 “선박 소음의 증가와 강력한 음파탐지기(소나)의 사용도 소리로 길을 찾는 돌고래에 혼란을 일으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폭탄이나 기뢰 폭발로 화상을 입은 돌고래도 발견됐다”며 “이들은 방향 감각을 잃어서 먹이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터키의 해양연구재단(TMRF)도 3월 보고서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죽은 돌고래가 해안으로 떠밀려 왔다며 이 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터키 연구자들은 보고서에서 “해양 오염과 함께 선박의 소음 저주파 음파탐지기는 해양생물 특히 소리로 방향을 탐지하고 먹이활동을 하는 돌고래에 심각한 위협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또 “전쟁이 흑해 전역의 해양생물 다양성에도 파괴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터지기 전에 흑해에 약 25만3천마리의 돌고래가 살고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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