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산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 중 사망한 프랑스 기자 프레더릭 르클레르 임호프.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 피란민을 취재하던 프랑스 기자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우크라이나와 프랑스 정부는 30일 프랑스 뉴스 전문 방송 <베에프엠테베>(BFM-TV) 소속 기자 프레더릭 르클레르 임호프(32)가 피란민을 태운 차량에 탑승했다가 러시아군의 유산탄(탄두에 다량의 탄알 여러 개를 넣은 포탄) 공격을 받아 숨졌다고 밝혔다. 앞서 세르히 가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도 텔레그램을 통해 피란민 10여명을 태운 차량이 유산탄 공격을 받았다며 “이들을 취재하던 프랑스 기자가 (유산탄을 맞아) 목에 치명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임호프는 러시아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취재 중이었다.
<베에프엠테베>도 이날 성명을 내어 “임호프가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 지역으로 가는 길에 숨졌다”면서 “우리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임호프가 입사한 지 6년이 됐고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두번째 현지 취재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호프와 동행한 동료 한 명도 부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임호프는 전쟁의 진상을 보여주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있었다. 러시아의 폭탄을 피해 이동하던 민간인들과 함께 버스에 탑승해 있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적었다. 임호프가 목숨을 잃은 곳은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아 도시 전체가 초토화된 루한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 인근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임호프의 동료와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숨진 32번째 미디어 종사자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러시아에 이번 죽음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표적 삼아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러시아 외교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친러시아 반군이 세운 자칭 독립국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의 대변인을 인용해 ‘임호프가 기자 같지 않았고,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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