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키이우의 법정에서 민간인 사살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군의 바딘 시시마린 병장 근처에 유족이 앉아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 병사가 우크라이나 법정에서 민간인을 사살한 혐의를 인정했다. 러시아의 침략 이후 첫 전쟁범죄 인정이다.
러시아 제4근위 탱크사단 소속 바딘 시시마린(21) 병장은 18일(현지시각) 키이우의 법정에서 개전 직후인 지난 2월28일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주의 추파히우카에서 자전거를 탄 62살 남성을 AK-47 소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를 시인했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보도했다.
재판은 3명의 법관이 주관했으며, 피고가 범죄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형량은 법관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그는 살인죄로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원고로 나선 검사가 이날 법정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시시마린 병장을 포함한 러시아군 장병들은 러시아군 호송대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은 뒤 민간인 차량을 공격, 탈취해 몰고갔다. 이들은 나중에 비무장 민간인이 자신의 집 근처에서 통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러시아군 병사 중 한 명이 시시마린 병장에게 “총을 쏘아 우크라이나군에게 우리를 봤다고 알려주지 못하게 하라”고 했고, 이에 따라 시시마린 병장이 차량 유리창 너머로 총을 쏘아 그를 사살했다.
안드리 시누이 검사는 법정 밖에서 언론에 “총을 쏘라는 명령은 군사 명령으로 볼 수 없다”며 “발포 명령을 한 사람은 그의 지휘관이 아니었고, 시시마린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1만건 이상의 전쟁범죄를 접수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검찰총장 이리나 베네딕토바는 이 중 40건에 대해 기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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