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3월17일 기자회견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 혈통”이라고 말해, 이스라엘이 강력 반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방송 <레테 4> 채널에 출연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대인인데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가 침략의 명분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며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우리는 현명한 유대인들이 ‘가장 큰 반유대주의자들은 유대인 자신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오랫동안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러시아가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가 침략을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국제사회의 시각을 불식하고, 우크라이나 침략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나치의 홀로코스트 공포를 격하하는 “용납할 수 없는” 거짓이라고 강력 반발하며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내어 “그런 거짓말은 유대인을 겨냥해 저질러진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의 책임을 유대인에게 돌리는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홀로코스트를 들먹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할아버지가 홀로코스트 피해자인 야이드 라피드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유대인을 반유대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유대인을 겨냥한 가장 저급한 인종주의”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스라엘, 우크라이나와 유대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라며 “가증스러운 발언”이라고 비판에 합류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교장관은 “오늘날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다”고 공박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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